개표전 강남3구 중심 숨은표심 향배 주목…박원순, 출구조사부터 정몽준 10%차 앞서 ‘당선확실’ 朴후보 10시 축하예행연습 돌입 자정지나 운동화 메고 “희망 만들어가겠다”…鄭후보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스럽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우위가 예상됐지만, ‘소통령’을 뽑는다는 정치적 상징성으로 끝까지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특히 강남 3구 중심의 숨은 표의 향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측이 가졌던 변수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발표때부터 정 후보는 박 후보 보다 10%포인트 가량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가 44.7%, 박 후보가 54.5%였다. 여론조사때 나타났던 20% 포인트에 육박하는 격차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역전을 기대하기 힘든 수치였다.

방송사 출구조사가 발표된 시간에 정 후보는 선거 캠프가 차려진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이혜훈 선대위원장과 함께 개표방송을 보고 있었다. 박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정 후보는 담담한 표정으로 방송을 지켜본 뒤 캠프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그 시간 서울 광장시장 근처에 차려진 박 후보 캠프는 술렁이고 있었다. 여론조사대로 박 후보가 압승한 것으로 나오자 박수가 이어졌다. 수십명의 관계자들이 9개의 TV브라운관 앞에 마련된 의자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아이를 안고 온 아빠도 있었고, 휠체어를 타고 온 시민도 있었다.

초반 분위기는 개표가 진행되는 내내 이어졌다. 개표율이 1%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도 20% 포인트에 육박하는 박 후보 우세는 자정까지 이어졌으며, 좀처럼 한자릿수로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 후보 캠프 측은 침울한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정 후보가 시종일관 밀리자 지지자들도 실망감을 표출했다. 저녁 7시30분부터 모여들었던 인원이 속속 빠져나갔다. 일부 지지자들은 개표 방송 중에 새누리당 우세 지역이 나오면 ‘대한민국’을 외치며 박수치기도 했으나, 그 뿐이었다. 가라앉은 분위기의 반전은 없었다.

승리를 확신한 박 후보 캠프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개표방송에서 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평가가 나오자 10시 쯤에는 당선 축하 예행연습에 돌입했다. 현장에선 70여명의 시민을 상대로 당선축하 행사에 대해 안내가 전해지기도 했다.

개표율이 15%에 달한 자정에 이르기까지 두 후보간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여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강남 3구(강남, 송파, 서초)에서도 정 후보가 박 후보를 크게 앞지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 후보 측의 분위기는 더욱 굳어졌다. 송파구의 경우에는 박 후보가 정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오는 등 정 후보의 패색이 짙었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정 후보 측은 공식 회견을 가졌다. 캠프에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정 후보는 “시민 여러분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실상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정 후보는 이어 “서울 경제도 상당히 어렵고 남북관계도 어려운 형편에 있는데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당선되시면, 새롭게 서울시를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서울 시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그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로부터 10여분 뒤 박 후보는 사실상 당선 축하 행사를 가졌다. 은평구 공관에 있다가 캠프에 나온 박 후보는 지지자들로부터 선거운동 기간 메고 다녔던 배낭과 운동화를 선물받았다. 운동화는 발로 뛰며 시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의미로 건넨 선물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정몽준 후보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낡은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시민의)바람과 고뇌를 듣는 선거 문화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박도제ㆍ박혜림ㆍ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