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지원 놓고 IMF-유로존 충돌 美 주EU대사 내정자 ‘그렉시트’ 언급 20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주목 그리스 위기가 재부상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국제통화기금(IMF)과 독일 등 유로존(유로화 채택 17개국) 주요 채권국들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집행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미 트럼프 정부의 테드 맬럭 주 유럽연합(EU) 대사 내정자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잇따라 언급하며 유럽을 압박, 양측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IMF는 지난달 그리스 채무의 ‘폭발’ 위험성을 경고한 데 이어 7일(현지시간) 연례보고서에서 유로존 채권국들에 그리스 부채 탕감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독일, 네덜란드 등 유로존 주요 채권국들은 IMF의 참여 없이는 추가 지원을 할 수 없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부채경감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측간 협상 결렬로 그리스가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갚지 못해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즉 국가부도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럽 압박하는 미국과 IMF= 맬럭 주 EU 대사는 그리스 민영 스카이TV에 “유로존이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면서 “영국의 유로존 탈퇴와 유럽 각국 선거가 예정돼 있어 내년에는 (유로존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학자이자 영국 레딩대 교수인 그는 6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선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만한 매우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두고 트럼프 정부가 EU와 새로운 충돌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IMF도 유럽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IMF는 그리스 경제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서 “그리스는 부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스 부채가 지속성을 회복하려면 유럽 국가들이 상당한 부채 경감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IMF는 지난달 부채 경감 조치가 없다면 그리스의 부채는 결국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로존 정부들은 이미 그리스에 금리 인하와 상환기한 연장 등의 혜택을 줬지만, 추가 경감이 필요하며 이것 없이는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게 IMF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 유로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예룬 데이셸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IMF의 견해는 “불필요하게 비관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의 무책임한 정부들을 구제해주는 것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서 “부채를 경감해주면 그리스가 어려운 개혁 조치를 이행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그리스 최대 채권국인 독일 울프강 쇼이블레 재무 장관도 지난해 그리스의 부채 경감이 그리스 구조조정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채권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인 그리스 정부의 연금지출액이 다른유럽국 수준(GDP의 2.5%)을 크게 상회한다며 추가 축소를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그리스 연금은 인당 월평균 680유로 삭감됐다.
▶‘밑빠진 독’ 그리스 또 디폴트설 ‘솔솔’= 채권단내 이견으로 3차 구제 금융 집행이 지연되면서 그리스는 또다시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그리스는 2010년 재정 위기를 겪은 뒤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0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이 계속 어려워지면서 2015년 IMF에 국가 부도 선언을 했다. 결국 그해 8월 IMF와 유로존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와 3차 구제금융 860억 유로 지원을 합의한 바 있다.
그리스는 당장 오는 4월 14억 유로를 시작으로 7월엔 이보다 3배 가량 많은 41억 유로의 부채 상환을 앞두고 있어 추가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8일 미 경제전문방송 CNN머니와 영국 공영 BBC등은 그리스가 당장은 아니지만 7월 디폴트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일 유럽 주요국 선거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열리는 유럽 재무장관 회담에서 그리스 추가 지원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CNN머니는 만약 유럽 각국이 선거 국면으로 진입하면 그리스 추가 지원은 훨씬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