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급증에 집단소송은 불가능 #. 최근 직장인 김모(48) 씨는 국내 건자재 전문 A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얼마전 자택 리모델링 당시 사용했던 A사의 제품에 명백한 하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A사가 직영중인 시공업체를 찾아가 재시공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결국 소송을 당한 A사 본사에서 김 씨의 집을 방문해 하자 여부를 조사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A사는 제품 하자를 인정하고 무료로 재시공을 해줬다. 김 씨도 곧장 소송을 취하했다. 하지만, 김 씨는 이번 일이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지금껏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여겨진 회사들을 대상으로 50여 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권리를 찾은 경우가 많지 않았다”며 “현재 디젤차 연비 과장 문제를 일으킨 수입차 업체를 대상으로 피해보상을 받는 방법을 찾고 있지만 관련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서 뵙겠습니다①]“당하지만은 않겠다” 법정 향하는 소비자…현실은 ‘막막’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유명한 법언(法言)이 있다. 최근 ‘법 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법원을 찾는 것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낮아지면서 사법적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 미비로 인해 소비자들이 제대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6일 온라인 상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각종 사건들에 대한 공동 소송인을 모집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나 커뮤니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카페나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은 유명 온라인 쇼핑몰과 시중 카드시 홈페이지에서 발생했던 개인고객정보유출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거나 유명 전자기기 회사 제품 하자로 인한 피해 구제 등을 위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들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집단소송’은 현행법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업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피해 소송은 ‘집단소송’일 아니라 ‘소비자 단체소송’이나 ‘공동소송’에 그치고 있다. 단체소송이나 공동소송은 기업의 위법행위를 금지하는데만 효력이 미칠 뿐, 집단소송처럼 손해배상이 뒤따르지 않아 피해에 대한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권리를 찾고 싶은 소비자라고 해도 번거롭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하는 만큼 소송절차 진행을 꺼리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집단소송법을 제정하자는 논의가 다시 구체화되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오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습기살균제 참사, 자동차 연비 조작 사건, 불공정 약관 계약 체결,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ㆍ판매 사건 등에 대해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19대 국회는 물론 지난해에도 추진됐지만 정부ㆍ여당이 소송 남발의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동윤 이현정 기자/realbig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