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필수 기자] #. “처음에는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자책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게 되네요. 주변친구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보니 화도 안 나네요”
26일 서울 모처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권 모씨(28세ㆍ남)는 3년째 취업 중인 자신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계속된 서류 탈락도 이제는 자조(自嘲)로 넘기는 그는 올해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구직활동을 접기로 했다. 그는 요즘 지방으로 내려가 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두렵다’는 말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1년 반 만에 최저치인0.4%에 머물렀고 연간 성장률도 2.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2.6%, 3.0%로 전망했다.
자연히 청년실업률은 매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2015년 대비 0.6% 포인트 상승했다. 15~29세 실업자는 43만 5000명으로 전체 실업인구 중 40%를 넘어섰다.
일부 연구에서는 청년 3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대졸 이상의 고학년 취업희망자들의 실업은 심각하다.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청년 실업자 수는 지난해 42만 5000명에서 45만 6000명으로 7.4% 증가했다.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기댈 곳은 부모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청년들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대출을 받기 시작한다. 문제는 부채의 질이다. 취직을 하지 못한 청년들은 제1금융권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이들은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 보니 그나마 빌린 대출금 또한 제때 갚지 못해 악순환이 계속된다. 신용회복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도 3분기 신용회복지원실적’에 따르면, 2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2013년 6098명에서 2014년 6671명을 늘다가 지난해에는 8023명으로 폭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