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은행 사라지고 직접 거래 천문학적 거래비용 감축, 은행대혁명 예고 중앙서버 없어 해킹 불가능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2015년 8월 17일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세계시장은 요동쳤다. 불안감이 팽배한 속에서 미국 기업 오거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크라우드펀딩을 론칭했다. 첫 주에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한국, 남아공, 케냐에서 3500명 이상이 총 400만달러를 납입했다. 특이한 점은 투자 은행이 나서지도, 주식시장에서의 의무보고나 규제당국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같은 중개사도 없었다. 이어 이더리움은 고유의 토큰인 이더를 집단 판매해 완전히 새로운 블록체인의 개발 비용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오거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의 1인당 평균 금액은 750달러이지만 1달러, 심지어 10센트짜리 소액투자도 가능하다. 바로 블록체인 주식 공개 상장의 성공적 사례들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은 ‘2016 10대 미래 기술’ 보고서를 통해 나노 센서, 차세대 배터리와 함께 블록체인을 제시했다. 전 세계 은행의 80퍼센트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2025년에는 블록체인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10퍼센트를 차지하리라는 전망이다. 블록체인기술은 사람이나 회사가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 분산형 공개 거래장부로 불린다.
탭스콧 그룹의 CEO이자 트렌트대학 총장인 돈 탭스콧이 쓴 ‘블록체인 혁명’(을유문화사)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일반에겐 알려지지 않은 블록체인의 모든 것을 들려준다.
블록체인의 강력함은 이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전자화폐인 비트코인의 작동원리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비트 코인에 사용하는 블록체인은 ‘분산’되어 전 세계에 퍼진 개인용 컴퓨터에서 작동된다. 데이터에 저장되지 않은암호화된 메시지를 통해 네트워크 상에서 개인 대 개인이 소통, 거래하기 때문에 해킹에 노출될 수 있는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버 해킹을 통한 개인 정보 유출이 근본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더욱이 강력한 암호로 보호돼 이 디지털 원장에 모든 것을 기록하는게 가능하다. 출생증명서, 사망증명서, 혼인증명서, 등기부등본, 금융계좌, 의료절자, 보험청구, 원산지표시 등 코드화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 월드와이드 웹을 닮은 ‘월드와이드 원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공유숙박업체 1위인 에어비앤비를 대체할 블록체인상의 비에어비앤비는 이 기술이 얼마나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고 가치있는지 보여준다.
가령 에어비앤비는 숙박공간을 제공하고 가치의 일부만을 대가로 수령한다. 거래마다 10달러가 소요되고 대형환전소가 필요하며 정산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모든 데이터가 저장되기 때문에 임대인과 고객 모두 프라이버시를 걱정하는 게 사실이다.
반면 비에어비앤비는 간접비를 제외하고 모든 수입이 멤버들에게 귀속되고 수수료가 없다. 주택소유자들은 집에 대한 정보와 그림을 자유자재로 업로드할 수 있고 방값을 몇 초만에 임대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근간인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은 이미 생활속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음악, 영화 등의 파일을 공유하는 P2P기반의 파일 공유 애플리케이션 토렌토 등이 그 것. 사람들은 파일을 무료로 공유하지만 감독기관이 폐쇄할 중앙서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이 기업에 어떤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지, 사회와 정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블록체인 기반의 네트워크에 올린 정부의 재정과 지출, 행정 등 모든 기록은 누구나 접근해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누가 이 정보를 접근하고 활용했는지 추적도 가능하다. 넷스케이프의 공동 개발자인 마크 안드레센이 “20년후에 사람들은 우리가 인터넷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블록체인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를 알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