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점점 더 교묘해지는 범죄, 점점 더 어려워지는 증거수집 속에서 검찰이 ‘과학의 힘’으로 용의자 잡기에 나선다. 전화로 들려온 음성, 희미하고 각도가 어긋난 CCTV사진, 노이즈가 잔뜩 낀 녹음에 포렌식 기술을 도입, 범인색출에 나서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이를 위해 최근 ‘용의자 음성식별을 위한 한국인 음성DB 수집 및 음성 자동분석 시스템 개발’, ‘노이즈 패턴 인식을 이용한 학습형 음질 개선 시스템 개발’, ‘3D 얼굴 스캔 영상과 2D 얼굴 사진과의 동일인 비교 방법 연구’ 등의 연구용역을 서울대와 고려대 산학협력단 등에 의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용의자 음성식별을 위한 한국인 음성DB 수집 및 음성 자동분석 시스템 개발’은 폭발물 설치, 방화, 성폭력, 보이스피싱, 묻지마 범죄 등의 사건에서 활용된다. 119 신고ㆍ폭발 협박, 납치 등 음성만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경우 전화로 걸려온 음성을 활용해 용의자의 성별, 연령대, 방언에 따른 출신지역 등을 파악해 용의자를 좁혀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검은 한국인의 음성 표본을 수집하고 이를 DB화해 음성 자동분석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에는 재판, 수사과정에서 이뤄진 기존 전과자들의 녹음된 음성 DB를 활용해 전과자 중 용의자를 직접 색출하는 방안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DNA나 지문 같은 개인정보 수집이라 법적근거나 상대방의 동의없이 시행할 경우 인권침해 논란도 발생할 수 있어 장기과제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노이즈 패턴 인식을 이용한 학습형 음질 개선 시스템 개발’은 녹음 증거의 녹음 상태가 불량해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을 경우 노이즈 패턴을 연구해 노이즈를 제거, 음질을 선명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특히 비밀리에 녹음한 파일의 경우 증거자료로 가치가 높지만 음질 상태가 불량한 경우가 많은데 노이즈를 제거하면 음성이 또렷해져 주요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3D 얼굴 스캔 영상과 2D 얼굴 사진과의 동일인 비교 방법 연구’는 늘어나는 CCTV 및 블랙박스에 따라 영상증거가 많아지지만, 촬영각도나 조명 등의 문제로 얼굴 식별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 도입되는 기술이다. 영상으로 촬영된 사진과 용의자의 3D 광학 스캐너 얼굴 모델링를 비교해 용의자의 얼굴 특징을 잡아내 증거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대검은 올 11월 말까지 이 세가지 기술에 대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받은 뒤 내용에 따라 즉시 디지털 포렌식에 활용하거나 향후 연구과제 마련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