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상이라면 대부분 연탄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연탄 몇장으로 뜨겁게 달궈지던 아래목을, 누군가는 연탄가스에 중독된 동치미 군물을 마셨던 아찔한 기억도 있을 것이다.
특히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연탄재가 눈길 미끄럼 방지용으로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다. 연탄불에 끓여먹던 라면 맛도 일품이었다.
겨울철 광에 연탄 100~200장 쌓아두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고 안심됐다.
1960~1970년대는 연탄산업의 전성기였다. 1963년 말 국내 연탄공장은 400여개에 달했다. 1970년대까지 연탄은 사실상 모든 가정에서 취급했다.
하지만 1988년이후 석유, 가스에 밀려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기름보일러가 보급되고 도시가스 같은 청정연료를 쓰면서 연탄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도시의 연탄공장도 변두리로 밀려나거나 문을 닫았다. 연탄공장이 있던 자리에는 현대식 아파트 건물이 들어섰다.
무연탄이 생산되던 탄광촌도 이제 일부 지역만 남았을 뿐이다. 정부는 2017년 화순, 2019년 장성, 2022년에 도계탄광을 폐광하고 석탄공사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값비싼 기름이나 가스보일러는 엄두를 못 내는 가구가 15만 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7년 만에 연탄값을 500원에서 573원으로 올리면서 연탄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 가정은 몹시 추운 날을 보내고 있다.
가격 인상과 동시에 정부는 연료 금액을 지원해주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함께 실시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은 기초수급자들 뿐이다.
연탄을 필요로 하는 전체 가구의 절반 가량(7만 3000가구)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부의 아쉬운 정책이다.
박세환 기자/ g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