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치열한 연구 끝에 가죽 가공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와 독일 업체를 뛰어넘는 설비를 개발했습니다. 해외에서 주문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지만 부족한 운전자금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가죽가공설비 제작업체 나노프레스(대표 강영성)는 2009년 니켈도금 공법을 가죽가공설비 제작에 적용, 국내 가죽가공 업계의 품질 향상을 주도한 강소기업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코치 등의 대중 제품에서부터 루이뷔통, 샤넬 등 명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가죽제품의 제작과정에는 ‘후처리 공정’이 필수로 들어간다.

소량의 최고급 가죽은 초기 단계의 간단한 무두질만으로도 고유의 고급스러운 질감과 촉감이 살아나지만, 이를 제외한 가죽 대다수는 가죽이 나온 부위별(뱃가죽, 등가죽, 다리가죽 등)로 강도와 무늬가 달라 제품 제작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기 키우는 투 ㆍ융자 복합금융-下>나노프레스, 자금 적기 수혈로 수출매출 ‘점프’…기술형 수출기업 발돋움

이때 사용되는 것이 ‘롤러 엠보싱 프레스(Roller Embossing Press)’와 ‘롤러 아이로닝(Roller Ironing)’이라는 설비다.

롤러 엠보싱 프레스는 부위별로 제각각의 무늬를 가진 가죽 원단을 약 3m 넓이의 ‘롤러’에 고온ㆍ고압으로 통과시켜 질감과 무늬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각 브랜드별ㆍ제품별로 특화 디자인된 무늬가 균일하게 새겨진 롤러 엠보싱 프레스의 롤러는 마치 흰 종이에 판화를 찍 듯, 가죽에 아름다운 무늬를 그대로 옮겨 낸다.

따라서 롤러 엠보싱 프레스의 핵심은 롤러다. 롤러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무늬를 표현하느냐에 따라 가죽의 등급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나노프레스는 2009년 최고급 천연가죽의 무늬를 실리콘으로 본뜬 후, 그 위에 니켈을 입히는 롤러 제작 방식을 개발해 업계 최고 수준의 롤러 엠보싱 프레스를 탄생시켰다.

화학약품을 이용해 표면을 녹이는 방식으로 무늬를 새긴 기존 설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세밀한 무늬까지 찍어낼 수 있게 된 것.

아울러 나노프레스는 2012년 가죽에 윤기와 연성을 부여하는 롤러 아이로닝 설비에도 미세한 압력의 조정이 가능한 ‘공기 실린더’를 적용, 제품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해외 바이어의 주문이 끊이질 않았지만, 제품 양산에 들어갈 원자재를 구입할 자금이 없었다. 민간 금융권의 높은 이자율은 중소기업에는 턱없이 높은 문턱이었다.

수소문 끝에 지난해 9월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2억원의 이익공유형 대출이 나노프레스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 자금 덕분에 인도로부터 들어온 10억여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차질없이 수주할 수 있게 된 것. 이에 따라 나노프레스의 매출은 2012년 약 40억원에서 지난해 5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강영성 나노프레스 대표는 “적기에 납품을 한 덕분에 신뢰도가 상승, 인도시장에서 올해 50%까지 점유율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라며 “운영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신제품 개발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