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한국시간)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130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다.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미 금리인상 여파로 한국의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대출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연체가 발생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한국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295조7531억원으로 최근 1년 사이에 130조원 이상 늘었다. 지난 10월과 11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각각 7조5000억원과 8조8000억원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규모는 1300조원을 넘었다.
고정금리 대출비중을 감안할 경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연간 이자부담이 7조∼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도 상환능력이 있는 소득 4∼5분위(상위 40%) 가구가 가계부채의 70%를 부담하고 있고, 가계의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2배 많은 수준이기 때문에 가계가 버틸 만한 체력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취약계층이다.
이른바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고령층ㆍ영세 자영업자ㆍ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2013∼2015년 3년간 연평균 8.2% 증가했으나 올해는 13%대로 뛰었다. 경기둔화와 소득감소로 생활자금 대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를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계소득이 5% 하락하고,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의 평균 원리금 상환액이 1140만원(2015년 기준)에서 1300만원으로 14% 늘어난다.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담보인정비율(LTV)이 높아지면서 정상적 경제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주택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이 겹치는 경우다. 집값이 하락하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자치하는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영역을 이탈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금융시장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시장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증가속도를 완화하고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위주로 질적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권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이 파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