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 올해 3분기(7∼9월) 우리 경제가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째 0%대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저성장 장기화가 지속되고 있다. 국민 총소득(GNI)의 연속 2분기 감소하고 제조업 성장 금융위기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부진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향후 경기 전망도 어둡다. 정부소비와 건설투자에 의존했던 성장동력이 힘을 잃고, 청탁금지법에 따른 내수위축과 최순실 게이트 등의 여파로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보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77조6445억원(계절조정계열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이는 지난 2분기 성장률 0.8%보다 0.2%p, 10월 발표했던 3분기 성장률 속보치 0.7%보다 0.1%p 하락한 것이다.

3분기 경제성장률 0.6% …갤노트7·車파업 타격에 속보치보다 0.1%p 하락

3분기 성장률이 기대치보다 더 하락한 것은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소비증가세가 둔화한 데다 자동차업계의 파업,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등의 여파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 1.0%에서 3분기 0.5%로 낮아졌다. 다만, 정부소비 증가율이 2분기 0.1%에서 3분기에는 1.4%로 증가했는데 이는 정부의 추경집행 등이 끌어올린 결과로 해석된다. 건설투자는 3.5% 증가했으나 3분기 속보치 3.9%보다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3분기 성장이 정부소비와 건설투자의 성과에 의존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대우 서대일 연구원은 “성장의 정부 정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민간 부문의 활력은 다시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수출 역시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이 늘어 0.6% 증가했으나 속보치(0.8%)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입은 기계류, 거주자 국외 소비 등을 중심으로 2.8%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분기 1.2% 증가에서 3분기 0.9% 감소로 돌아섰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2.5%) 이후 7년 6개월(30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의 파업으로 운송장비와 전기 및 전자기기 업종의 타격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은 2분기 1.0%에서 3분기 3.7%로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서비스업은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등이 늘어 0.9% 성장했다.

경제활동별 성장기여도를 보면 내수는 1.4%포인트였으나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8%포인트로 집계됐다.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2분기에도 0.4% 감소한데 이어 3분기에도 전 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2분기 연속으로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GNI의 감소는 수출품 가격이 수입품 가격보다 큰 폭으로 내려 교역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작년 동기대비 1.2% 상승했다.

3분기 총저축률은 34.8%로 2분기(35.5%)보다 0.7%p 하락했고 국내 총투자율은 29.9%로 2분기(28.7%)보다 1.2%p 올랐다.

서대일 연구원은 “국내총소득(GNI) 증가율을 보면 향후 민간 주도의 내수 회복이 힘겨울 것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경기 부양 축소로 가계 소비 환경이 악화된 것이 핵심이다. 6월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됐고 대출규제 강화, 제조업 일자리 감소 등이 가계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성장이 정부 정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대출 규제로 건설경기가 얼어붙고 향후 정부지출을 줄일 경우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내년에도 한국경제는 2%대 성장을 지속하며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여건 개선으로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개선된다해도 내수 침체 폭이 확대되고 있어 내년 한국경제의 관건은 내수부양과 관련된 정부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