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정운호(51ㆍ수감중)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수천(57ㆍ수감중)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과거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에 로비했음을 암시하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9일 열린 김 부장판사의 첫 재판에서 성형외과 의사 이모(52) 씨는 “상습도박 사건으로 구속된 정 전 대표를 접견하기 전까지 김 부장판사와 통화를 했다”며 “김 부장판사가 최선을 다했으니 기다려보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정 전 대표와 김 부장판사를 매개한 인물이다. 그는 정 전 대표의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 로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정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 1심 선고 직전에도 김 부장판사를 만나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가 법원 관계자들을 만난다고 들어 경비명목으로 화장품 쇼핑백에 500만원을 담아줬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 측은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500만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이날 법정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상품 ‘수딩젤’의 가짜상품을 제조유통한 업체의 형사사건에서 정 전 대표가 김 부장판사를 만날 때마다 ‘엄벌이 필요하다’고 읍소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가 이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 항소심을 맡아 가짜상품을 제조 유통한 업자에게 집행유예를 내린 원심을 깨고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씨는 정 전 대표가 사건에서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자 김 부장판사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자신이 타던 외제차 레인지로버를 건네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김 부장판사가 먼저 차량 대금 5000만원을 건네고, 정 전 대표가 추후 돌려주는 방식을 취했다고 했다.
이날 검찰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김 부장판사를 정 전 대표에게 소개한 것 아니냐”고 캐묻자 이 씨는 “그런면이 있었던 것은 있다”며 “처음에는 오래된 동생이니까 부장판사님께 자연스럽게 간거다”고 했다. 이 씨는 “정운호가 김 부장판사를 ‘인천형님’이라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다”고도 증언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 명목 등으로 레인지로버 차량을 포함한 1억8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알선수재)로 지난달 20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