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문 단일시장 접근권 위해 3년간 EU예산에 지속 기여 검토 EU의장 “브렉시트 본질과 다르다” 영국 정치권 반대 극복도 과제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에도 수십억 파운드 규모의 분담금을 EU에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 분야 등에서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다. 하지만 EU내에선 이같은 영국 정부의 대책에 “게임은 끝났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장관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기반을 둔 은행, 보험사들이 자유롭게 유럽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업 종사자들은 정부가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를위해 일부 장관들은 EU에 수십억 파운드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한 장관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같은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분담금을 계속 내는 방식으로는 예를들어 영국이 EU 보안 프로그램에 예상치보다 많은 금액을 내거나, 원조 예산을 EU 프로젝트에 쓰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FT는 영국 장관들이 브렉시트 협상이 진행되는 2019년까지 EU에 분담금을 더 내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분담금을 내는 시기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0~2014년 동안 한해 평균 영국이 EU에 내는 분담금은 71억 파운드(약 9조8000억원)였다. 반면 FT는 브렉시트 비용으로 200억 유로(약 25조원)가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시절 정책장관이었던 올리버 레트윈은 “만일 EU 예산에 대한 지속적인 기여를 통해 시장 접근권을 살 수 있다면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며 “수많은 영국 일자리가 관여돼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U에 부정적인 코너 번스 하원의원은 “EU 탈퇴는 더 이상 EU에 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지난 6월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이 브렉시트에 찬성했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역시 “브렉시트의 본질은 더이상 분담금을 내지 않는 것”이라며 “영국은 급진적 단절로 향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느슨한 경제적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EU 고위 관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에도 런던시티(금융지구)의 역할은 불안정했는데 유로 금융 중심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라며 “이제 영국이 EU까지 탈퇴하게 됐으니 게임은 끝났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메이 총리는 지난 14일 일본 자동차 회사 닛산에 “브렉시트 이후에도 교역조건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영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브렉시트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해주겠다고 최초로 언급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또 닛산에 자율주행차 도로시험을 허용하겠다는 언질을 주기도 했다고 선데이타임스가 전했다. 닛산은 인기 모델 ‘캐시카이’를 생산하는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 추가 투자하려던 계획을 브렉시트로 인해 연기했다.
닛산 선덜랜드 공장은 영국 내 최대 자동차 생산 공장이다. 선덜랜드 공장의 생산량은 영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30%에 달한다.
메이 총리는 지난 14일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브렉시트 이후에도 닛산 선덜랜드 공장이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는 닛산 영국 법인이 유럽 수출차량에 대한 관세 등 무역 조건들의 변경으로부터 보호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브렉시트 이후에 영국의 자율주행차 시험 규제체계가 더욱 기업친화적이 될 것임을 낙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