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ㆍ문재연 기자] “삼성전자 부품 기술은 매우 훌륭합니다. 삼성과 애플은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곳에서는 파트너, 치열하게 경쟁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라이벌입니다. “
중국과 인도, 일본 등 아시아시장에서 광폭행보를 보이는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그는 2011년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CEO에 취임한 이후 지난 13일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팀 쿡은 최근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냐 질문에 “삼성의 부품 기술은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애플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공동이익을 추구할수 있는 부품 분야에서는 단단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동시에 스마트폰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협력자이자 라이벌이란 애증의 관계란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애플은 지난 10년동안 핵심부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반도체와 아이패드용 액정표시장치(LCD) 등을 모두 삼성전자로부터 납품받았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애플 아이폰8시리즈에 들어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도 공급한다. 삼성전자에 애플은 지난해 5대 매출처 중 한곳이기도 하다. 팀 쿡의 이날 발언은 결국 핵심 협력업체로서 삼성전자와 고객사로서 애플이 손잡을수 밖에 없는 관계를 시사한 것이다.
팀 쿡은 소송 등 껄끄러운 사안에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삼성전자와의 특허소송에 대해 “삼성전자가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베꼈고 이는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 분노가 느껴진다”며 “소송은 애플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만든 지적재산권이 침해당한 사안을 법정에서 끝까지 주장할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애플은 2011년 4월 삼성전자가 자사 아이폰과 아이패드 디자인을 베꼈다고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현재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 중이다. 삼성전자와의 협력관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팀 쿡은 “제품 분야에 따라 삼성과 협력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 삼성전자 부품 기술력은 존중한다”고 말했다.
팀 쿡은 이달말 일본에서 시행되는 애플페이서비스 앞두고 방일했다. 팀 쿡은 도쿄에서 애플페이 시범서비스를 최종점검했으며 지난 14일에는 아베 신조 총리와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3일 일본 교토에 있는 닌텐도 본사를 깜짝 방문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닌텐도를 방문한 쿡 CEO는 1시간 가량 머물면서 기미시마 다쓰미 닌텐도 사장, 게임 캐릭터 슈퍼 마리오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이사 등과 만났다. 이번 방문은 12월 아이폰에 기본 탑재되는 게임 ‘슈퍼 마리오 런’을 점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9월 애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이폰7 발표행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팀 쿡은 중국과 일본 요코하마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설립하면서 아시아시장을 손수 챙기고 있다. 팀 쿡은 일본을 방문하기 전 중국을 방문해 선전(深圳)시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운다고 11일 발표했다. 지난 9월 말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에 설립한 R&D센터에 이어 두번째다. 이는 애플이 중국시장을 제조생산기지에서 연구개발기지로 전략적으로 선회했다는 점을것 시사한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공들이는 인도시장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인도는 전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타면서 2~3년 스마트폰 사용자가 5억명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는 곳이다. 팀 쿡은 지난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2500만달러를 투자해 2년안에 애플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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