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고(故) 백남기(69) 씨의 유족이 백 씨에 대한 시신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이 유족들의 사체처분권을 침해했다며 13일 헌법소원을 냈다.
민변 故 백남기 변호인단(단장 이정일)은 13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에 이같은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호인단은 또 이미 발부된 영장의 효력을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일까지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청구서에서“법원이 백 씨의 부검 영장을 발부한 것은 헌법 10조에서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인격권 및 시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과 변호인단은 백 씨의 사인이 명백하고, 부검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사인을 밝힐 수 있는 만큼 법원의 부검영장 발부가 헌법의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또 부검은 헌법상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 원칙도 위반한다고 봤다.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가 아닌 다른 사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검은 유족에게 정신적 고통만을 안겨줄 뿐이라는 취지다.
변호인단은 “부검영장이 집행된다면 시신에 대한 유족들의 자기결정권이 원상회복될 방법이 사라진다”며 헌법소원심판 선고일까지 부검영장의 효력을 늦추는 가처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법원의 영장발부가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되느냐다. 헌법재판소법에서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례(97모66)에 따르면 법원의 영장발부는 ‘결정’도 ‘재판’도 아니다”며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백 씨는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후 중태에 빠졌다가 지난 25일 숨졌다.
경찰은 검찰을 통해 백 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부검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없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경찰은 재차 검찰을 통해 부검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유족과 장소와 방법등을 협의하라”는 등 다섯 가지 조건을 달아 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