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편 ‘동물농장’ 빗댄 비판에…판사들 ‘공감’ 댓글

조미연 청주지법원장 “우리도 검찰처럼 공중분해?…목소리 낼때”

정욱도 부장판사 “제3자가 사퇴 강제하는 건 권한남용”

조희대 대법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최근 사법제도 개편 모습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댄 현직 법관 글에 이례적으로 ‘공감한다’는 법관들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장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판사도 여권을 향해 “명백한 사법독립 침해”라며 “멈춰달라”는 글을 올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찬용 인천지법 부천지원 판사가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게시한 ‘소설 동물농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는 “공감한다”, “동의한다”, “지지를 보낸다”는 등 댓글이 20개 넘게 달렸다. 평판사뿐 아니라 지방법원 부장판사, 지방법원장, 고법 부장판사도 댓글을 남겼다.

이 게시글에서 성 판사는 검찰청 폐지와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최근 사법제도 개편 모습을 동물농장에 빗대 “부당한 공격에 대해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고 적었다.

조미연 청주지법원장은 댓글에서 “조용히 있는 사이 우리도 검찰처럼 공중분해 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이제는 목소리를 낼 때”라고 공감했다.

조 법원장은 “하루가 멀다고 사법부를 비난하며 탄핵 운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자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별 판사가 대법원장의 지휘 감독을 받는 하급자로서 지시에 따라 판단한다는 생각이 깔린 것인가”라며 “그건 저를 비롯한 전체 판사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상도 서울북부지방법원장, 임해지 대구가정법원장도 공감한다는 취지의 댓글을 남겼다.

국양근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는 “사법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의제들이 언제, 무슨 계기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그리고 ‘숙의’가 존재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얼마나 순식간에 입법됐는지만 보더라도 최소한 그것들이 국민 ‘모두’를 위해 이뤄진 ‘발전적인’ 변화가 아니라는 것만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국 판사는 전례 없는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언급하며 “헌정사에서 정치권력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사법부 수장을 겁박한 적이 있었느냐”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법원장마저 이렇게 난도질하는데 이 모습을 보는 법관들이 정말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재판을 할 수 있겠느냐”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독립과 대한민국의 법치 시스템이 무너져 내리는 이 현실이 참담하고 개탄스러울 따름”이라며 “성 판사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적었다.

한윤옥 창원지법 밀양지원장도 ‘삼권분립의 가치와 법관윤리강령 제1조’라는 제목의 답글을 달아 삼권분립과 법관의 사법권 독립 수호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 및 삼권분립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그 독립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정치권력에 잠식되고 위협받는 순간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시민의 것이 아닌 국가 사법권까지 손에 쥔 거대 정치권력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적었다.

이어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그와 같은 역사적 아픔을 이미 경험했고 그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성찰의 흔적은 대한민국 법관윤리강령에도 그대로 남았다”며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나간다’는 법관윤리강령 1조를 인용했다.

정욱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여권 관계자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남겨 조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의 국정조사 및 탄핵 논의를 비판했다. 그는 앞서 계엄 정국 당시 조 대법원장의 대응을 비판하며 사법부 성찰이 필요하단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 부장판사도 “새 대법관을 전부 ‘맘에 꼭 드는 사람’으로 골라 앉혀야만 놓이실 모양이다”라며 “임명 가부만 정할 수 있는 소극적 권한인 임명권을, 대법원장에게 특정인의 제청을 강제할 적극적 권한으로 변질시키려 하신다는 게 저만의 오해일까요”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 시도에 대한 대법원장의 거부를 빌미로 지난 감정을 실어 대법원장을 쫓아내고자 시작하신 게 탄핵 논의이고 이번 국정조사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는 편이 모두에게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본인이 자리를 지키기로 한 이상 제3자가 사퇴를 강제하는 건 불가능하고 권한남용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현실적이지 못한 내란세력 복귀 가능성을 핑계로 그 진압을 명분 삼아 헌법상 권한을 남용한다면, 있지도 않은 반국가세력을 핑계로 계엄을 선포한 내란 우두머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도 했다.

이어 “모두 차치하고, 개별재판에 대한 불만이나 영향시도를 실질 사유 삼아 사법부를 몰아붙이시는 것은 명백히 사법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법관으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부디 이성을 찾고 그쯤에서 멈추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 부장판사는 “사법부에 계엄에 대한 위헌선언을 요구했고 판결의 문제점을 이유로 대법원장께 사퇴를 청했던 1인으로서 (성 판사와) 같은 취지의 말씀을 직접 드린다”며 “안 되는 건 안 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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