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바이낸스자산 탈취 배후 北지목

딥페이크 위장취업 등 기업 내부 침투

AI 수법 고도화…보안 대응체계 시급

IT 책임자 90% “AI 보안 침해 경험”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60억달러(8조150억원) 이상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면서 전 세계 사이버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해킹 조직이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해 공격 수법을 갈수록 고도화하면서 북한발 사이버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AI를 악용한 해킹 위협이 기업 내부까지 파고들고 있다. 전 세계 IT 기업 책임자 10명 중 9명은 AI 관련 보안 침해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해킹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사이버 보안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해졌다는 지적이다.

▶ FBI “탈취 사건 배후 北” 공식 언급…고도화되는 북한 해킹=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 이상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거론됐으나 FBI가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FBI는 범행 주체로 북한의 정예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트레이더트레이터 활동자들이 탈취한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ETH)으로 전환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FBI는 이들이 사용했거나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더리움, 비트코인(BTC), 솔라나(SOL) 지갑 주소 목록을 제시하며 “트레이더트레이터 활동자들이 탈취한 자산을 세탁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주소와 관련되거나 해당 주소에서 유래한 거래를 차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던 상태다. 북한 IT 공작원들이 글로벌 기업에 위장 취업해 악성코드를 심거나 주요 정보를 빼돌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IT 전문 공작원 합법적인 원격 근무자로 위장시켜 대량으로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게 한다.

실제,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20~2024년 5년간 북한 공작원들은 300곳이 넘는 미국 기업에서 원격으로 근무했으며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최소 680만달러(약 100억원)로 추정된다.

급여의 대부분은 정권에 상납한다.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최근 발표한 북한 해외 노동자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IT 노동자들은 17개국에서 활동하며 월평균 1만달러(1335만원)을 받고 90% 이상을 본국으로 보낸다.

체이널리시스 분석에 따르면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의 건당 평균 손실액도 2021년 5065만달러(약 675억원)에서 올해(10월29일까지) 1억8565만달러(약 2475억원)로 약 3.7배 늘었다.

특히 이들은 AI를 적극 활용해 위장술이 더 정교해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딥페이크 생성 필터, 디지털 아바타를 활용해 온라인 화상 면접 절차를 통과한 사례도 발견됐다. 기업들이 AI 활용 면접을 경계하고 채용 절차를 강화하자 실제 사람을 고용해 대신 면접을 보게 하는 방식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IT 리더 90% “AI 보안 사고 경험”= 전 세계 해킹에 AI가 악용되는 사례가 확산하면서 AI발 해킹 위협은 기업 내부까지 파고들고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에이브포인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IT 책임자 중 생성형 AI 관련 보안 침해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지난해 75.1%에서 올해 89.5%로 14.4%포인트 상승했다. 응답자의 88.4%는 최근 1년간 AI 에이전트 관련 보안 침해를 경험했다고도 답변했다. 전 세계 IT 리더 750명을 대상으로 한 6월 조사한 결과다.

침해 유형으로는 AI가 부정확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콘텐츠를 생성했다는 응답이 40.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으로 생성형 AI의 보안 장치가 우회됐다는 응답이 39.6%로 2위, AI 챗봇이 다른 AI 챗봇에 데이터를 노출한 사례는 38.3%로 3위를 기록했다. AI 코딩 도구가 보안에 취약한 코드를 생성한 사례는 33.6%(4위)로 나타났다.

이 밖에 AI가 유해하거나 우려스러운 답변을 제공한 경우(30.5%·5위), 기업이 승인하지 않은 생성형 AI 도구가 발견된 경우(20.4%·6위), AI가 민감정보를 유출하거나 공개한 경우(18.5%·7위)가 뒤를 이었다.

AI발 보안 위협이 커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도 시급해졌다. 정부는 국내 주요 정보보호 기업, 대학이 함께하는 ‘독자 AI 사이버보안 협의체’를 출범하고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빠르게 진화하는 AI 해킹 위협에 대비해 기술 개발과 보안 체계 구축에 더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세정·차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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