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핵심광물·양자컴퓨팅 중심… 인텔 평가이익만 수백억달러

발표된 거래만 43건, 투입액 약 300억달러…투자방식 둘러싼 논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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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와 핵심광물, 양자컴퓨팅 등 전략산업 기업들의 지분을 잇달아 사들이며 대규모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출범 이후 지분 취득과 관련해 발표된 거래만 43건에 달하고, 투자 규모는 약 3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양자컴퓨팅 기업에 잇따라 투자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의 지분 35%를 확보하는 등 민간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넓히고 있다. 지난주에는 반도체와 에너지 분야에서 4건의 지분 투자 계약을 추가로 발표했다.

43건에는 기업 주식을 직접 취득하는 거래뿐 아니라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을 확보하는 거래도 포함됐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이러한 투자에 투입된 금액은 약 300억달러에 달한다. 정부가 저례 없는 속도로 민간기업 지분을 사들이면서 사실상 대규모 주식 투자자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성과도 상당하다. 특히 지난해 8월 미국 정부에 지분 9.9%를 매각한 반도체 기업 인텔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정부의 전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수백억달러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반도체는 글로벌 AI 경쟁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분야 투자는 모두 14건이며, 이 가운데 가장 큰 거래는 인텔에 대한 89억달러 투자다. 정부가 보유한 인텔 지분의 시장가치는 수개월간 이어진 주가 상승으로 한때 61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만 최근 몇 주 사이 인텔 주가가 급락하면서 평가액은 약 410억달러로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레이저 기술을 개발하는 엑스라이트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예비 합의를 발표했다. 상무부가 정부 지원금을 주는 대신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로, 이 거래는 지난 6월 최종 확정됐다.

지난주에는 상무부가 헬리온,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CFS), 버티컬세미컨덕터, 시벨코 등 4개 기업에 총 3억8900만달러를 지원하고 지분을 확보하는 거래를 발표했다.

금속, 핵심광물, 천얀자원 분야에서도 최소 16건의 투자 거래가 체결됐다. 이들 기업은 배터리부터 첨단 국방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를 공급한다. 이 가운데 8건에는 대출이 포함됐다. 자석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 소재 등을 생산하는 벌컨엘리먼츠와 리엘리먼트 테크놀로지스는 미국 국방부로부터 각각 6억2000만달러, 8000만달러를 대출받았다.

이 분야에서 규모가 큰 거래로는 미국 국방부가 민간 투자자들과 함께 고려아연에 21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건이 꼽힌다. 이 거래는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과 한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은 광산업과 핵심광물 분야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어, 두 나라가 필요로 하는 주요 원자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국은 이런 공급망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광물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초기 단계인 양자컴퓨팅 산업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넘어 사이버보안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과학 연구 속도를 크게 높일 잠재력이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양자컴퓨터 개발을 촉진하는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미국의 디지털 방어 역량을 강화하고, 연방정부 보안 체계를 양자컴퓨터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기술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양자컴퓨팅 기업 9곳에 대한 지분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8건은 각각 최소 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포함한다. 다만 대부분의 거래는 아직 최종 완료되지 않았다. 가장 큰 투자는 IBM에 대한 10억달러 약정이다. IBM도 자체 자금 1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해 미국 최초의 양자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투자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 거래에는 단순한 지분 취득 외에 대출과 공급 계약 등이 결합돼 있다. 개별 사업 특성에 맞춰 설계된 복잡한 투자 구조가 쓰이는 만큼, 일부 계약의 권한과 법적 근거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일부 거래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한 기존 해외 프로젝트 지원 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행정부가 민간기업에 갈수록 직접 관여하자, 자유시장 원칙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AI와 핵심광물처럼 미국의 국제 경쟁력에 중요한 산업은 정부가 직접 육성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이런 지분 투자를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한다.

다만 정부가 보유한 기업 지분도 일반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CFR의 조너선 힐먼 선임연구원은 “투자 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할 때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수익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때 수익을 단순히 금전적 가치로만 측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를 추진하는 담당자는 많은데, 갈수록 커지는 워싱턴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총괄할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