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에 집중력 흐트러질까…안경 교체 고민
고도근시 학생은 두꺼운 렌즈 탓에 선택 제한
시험장마다 판별 전담 인력…상황실과 대응
부정행위 형사고발 방침…단순 소지와는 구분
[헤럴드경제=김용재·전새날 기자] “몇 년 동안 써서 거의 나랑 한 몸인 안경인데, 바꿔야 하나요.”
다음달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안경이 때아닌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고 검사가 강화되면서 평소 쓰던 뿔테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능 시험장마다 스마트안경 판별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부정행위에는 고발과 수사 의뢰로 대응하기로 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부정행위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면서도 검사 과정에서 일반 안경을 쓰는 학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경 벗으면 문제 못 푸는데”…시험 앞두고 교체 고민
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의 ‘수능 스마트안경 활용 부정행위 관련 대응 계획’ 발표 이후에도 스마트안경 관련 문의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시도교육청 등에 이어지고 있다. 문의는 “수험장에서 AI 안경이라고 의심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안경을 써야 하느냐”, “검사는 어떤 형태로 진행되느냐” 등이다.
스마트안경 관련 입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올해 전국 1312개 시험장에 스마트안경 판별을 맡는 전담 인력을 1명씩 지정·배치한다. 현장 감독관이 스마트안경인지 판단하기 어려우면 전담 인력이 확인하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시도교육청과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 상황실까지 연결해 대응한다.
수험생들이 걱정하는 것은 검사가 시험에 미칠 영향이다. 안경을 벗어 확인받는 동안 문제를 풀지 못하거나 감독관의 시선을 의식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오래 쓰던 안경이지만 시험 당일 신경 쓰이는 일을 줄이기 위해 바꾸겠다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반응도 쏟아진다. 한 재수생 학부모 A씨는 “아들이 혹시라도 시험 중간에 안경을 가지고 가서 검사하면 그동안 문제는 어찌 푸느냐며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시력이 나빠 안경을 벗으면 시험지를 읽기 어려운 학생에게는 짧은 검사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력이 나쁜 학생들은 안경 교체도 쉽지 않다. 도수가 높은 렌즈에 맞춰 두꺼운 테를 쓰거나 난시 때문에 렌즈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재수생 B씨는 “주변에서 평소 쓰던 검은 뿔테가 스마트안경으로 오해받을까 걱정하는 일이 많다”면서 “문제는 근시가 심한 친구들은 렌즈가 두꺼워 얇은 테로 바꾸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학부모들은 부정행위 차단과 수험생 보호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안경 쓰고 있는 대다수 학생이 피해 보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감독관들이 조심스럽게 관찰해 줬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시험 무효 넘어 형사처벌…“기존 법으로도 가능”
교육부는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적발하면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강경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가시험의 정상적인 운영을 고의적·계획적으로 방해한 행위로 보고 형사처벌까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
현행 규정상 수능에서 스마트안경을 사용하거나 착용하다 적발되면 해당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다음 해 수능 응시자격도 정지된다. 교육부는 현재 1년인 응시자격 정지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형사처벌은 기존 법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AI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임수로 시험의 공정한 관리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시험 규정에 따른 제재와 형사처벌은 구분해야 한다. 제출하지 않은 스마트안경을 소지한 경우에도 시험이 무효 처리될 수 있지만 단순 소지가 곧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행위와 고의 등 범죄 성립 요건을 따져야 한다.
하진규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변호사는 “시험장에서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면 부정행위를 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착용이 고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착용하지 않고 가지고만 있었던 경우에는 실제 부정행위와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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