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S, 눈·구름 증가 따른 빙상 손실 억제 효과 규명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지구온난화로 지구 평균기온이 10도 이상 상승하더라도 남극 대륙 동쪽의 거대한 얼음층은 상당 부분 유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온 상승으로 늘어난 눈과 구름이 오히려 얼음이 녹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전 지구 기후모델과 빙상모델을 결합한 10만년 장기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남극 빙상의 예상 밖 회복력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다양하게 설정하고, 기후와 남극·그린란드 빙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10만년에 걸쳐 모의했다. 기존 연구에서 미리 정해진 대기·해양 조건을 빙상모델에 적용했던 것과 달리 기후와 빙상의 상호작용을 함께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온난화에 따른 빙상 변화는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한 상태가 지속되면 서남극 빙상에서는 장기적으로 상당한 얼음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란드 빙상 역시 온난화에 따라 점차 줄어들다가 기온 상승 폭이 약 6도를 넘으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남극 빙상은 달랐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0도를 넘어서는 극단적인 온난화 조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이 같은 차이를 만든 핵심 요인은 눈과 구름이었다.
온난화로 대기 온도가 상승하면 공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한다. 여기에 남반구 대기 순환이 달라지면서 더 많은 수증기가 남극으로 이동한다. 이 수증기는 동남극 내륙 고지대에 눈으로 쌓여 얼음 손실을 보충한다.
구름 역시 빙상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구름량이 늘어나면서 빙상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광이 감소해 얼음이 녹는 현상을 억제했다.
실제 가장 강한 온난화 조건에서 강수와 태양복사의 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면 남극 빙상 부피가 약 70% 감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기 반응을 반영한 결합모델에서는 감소 폭이 약 20%로 줄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남극 빙상이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남극에서는 여전히 대규모 얼음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동남극 일부 지역에서도 빙상이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경숙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빙상의 장기적인 미래를 기온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강설과 구름, 바람, 해수 온도 변화가 빙상 표면과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장기적인 기후 불안정성과 해수면 상승을 정확하게 예측하려면 기후와 빙상의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화된 기후 조건만으로는 빙상의 후퇴와 안정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역적 과정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과거 빙하기와 간빙기의 기후·빙상 변화를 재현하고 고기후 관측자료와 비교해 모델의 신뢰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 30일 오후 7시(한국시간) 공개 예정이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