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공청회로 예산 정국 본격 개막

역대 최대 규모…12월 2일 ‘법정시한’

162조 기금 조달·운용 권한 등 엇박자

與 “민생 주력” vs 野 “포퓰리즘 차단”

국회가 820조원 규모로 사상 최대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이번 예산안 통과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재정 건전성을 화두로 불필요한 예산 삭감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162조원 규모로 편성된 미래대응기금의 재원 조달 방식과 운용 권한을 둘러싸고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착수했다.

내달 4~5일 종합정책질의에 이어 9~10일 경제부처, 11~12일 비경제부처를 대상으로 심사가 진행된다. 16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세부 사업별 증액·감액 심사에 나선다. 소위원회와 예결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친 예산안은 본회의에 상정된다.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민생 안정, 지역 균형발전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난 만큼 재원 조달의 적절성과 재정 건전성 등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를 뒷받침하면서 민생 관련 예산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정책·책임 국정감사의 기조를 입법과 예산 심사로 이어가겠다”며 “국민을 지키는 예산을 빈틈없이 챙기고, 국정감사에서 확인한 민생 과제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국가채무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기준 1412조8000억원에서 2030년 1734조1000억원으로 무려 321조 이상 늘어났다”며 “방만한 재정은 반드시 후과가 따른다”고 비판했다.

예산 정국에서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내년도 미래대응기금 규모를 162조원으로 편성했다.

여기에 올해 초과 세수가 추가로 전입될 경우 기금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금의 필요성뿐 아니라 재원 마련 방식과 정부의 운용 재량을 둘러싼 논쟁이 예산 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민주당은 미래대응기금이 청년 정책과 교육·인재 육성, 지방 균형발전 등 중장기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내에서도 구체적인 활용 방안과 재원 배분을 놓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입장은 원칙이 있지만 지방정부 등의 재정 부족으로 (이번 심사에서) 조율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기금 조성을 위해 국가채무를 확대하는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가 세수를 특정하지 않고 100조 이상의 국가 부채를 또 만든다는 것은 국가 재정 운용에 최악의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영 의원도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면 안되고 국부펀드를 활용해야 한다”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도 이견을 보이는 사안인 만큼 세심한 검토가 다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금 운용 과정에서 정부에 부여되는 재량권도 쟁점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운용 계획에 대해 국회의 재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는 한도를 30%로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반 사업성 기금에 적용되는 20%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정책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운용의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취지지만, 국회의 예산 통제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방 재정과 주택 공급 예산, 신설 예정인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관련 예산 등도 주요 심사 대상에 오른다. 민생과 주거 안정에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 및 배분을 비롯해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재정 소요 등을 놓고도 여야 간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각종 신고 포상금 예산 역시 국민의힘이 삭감을 벼르는 분야다.

정석준·윤채영·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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