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중국의 한 30대 커플이 전통적인 결혼식 절차를 생략하고 대신 하객을 위한 음식과 현금 선물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저장성 닝보 출신의 신부 주 씨와 타이저우 출신 신랑 왕 씨는 지난달 각자의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모두 30대 초반으로, 이른바 ‘네 가지 없는 결혼식’을 선택했다.
이들이 생략한 것은 바로 신부를 집에서 데려오는 의식, 고급 웨딩카, 연회 전문 사회자, 결혼식 영상 촬영이었다. 신랑 들러리와 신부 들러리도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랑 들러리들이 신혼부부나 신부 들러리들에게 장난을 치는 악명 높은 일부 결혼식 풍습도 사라졌다.
피로연 음식에 1400만원, 하객엔 현금 답례품
두 사람은 대신 하객을 위한 연회에 아낌없이 비용을 썼다.
신부의 고향인 닝보에서 연 연회에는 총 45개의 테이블을 차려 수백명의 하객을 초대했다. 부부는 고급 해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음식을 준비하는 데 7만 위안(약 1400만원)을 지출했다.
특별한 하객 선물도 준비됐다. 중국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에게 답례품으로 담배를 선물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주 씨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약 200~300위안(약 4만~6만원)의 현금이 든 붉은 봉투를 선물했다.
신부의 아버지는 단 41초 동안 하객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식사를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을 뿐이다.
주 씨는 현지 매체를 통해 “예전에 규모가 큰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신랑·신부와 양가 부모, 하객 모두 지쳐 보였다”며 “우리 결혼식은 최대한 간소하게 치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식을 준비하다 부모님이 스트레스로 아프기라도 한다면 그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부부의 선택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던 양가 부모도 이후에는 뜻을 이해하고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회 훌륭” vs “결혼식답지 않아”…엇갈린 반응
결혼식에 참석한 신부의 이모 루 씨는 연회가 끝난 뒤 전통적인 결혼식이 빠진 것이 의외였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연회는 정말 훌륭했다.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고 말했다.
부부의 결혼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소개되자 누리꾼들도 “훌륭한 선택이다”, “많은 결혼식에서 신랑·신부가 하객 앞에서 연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들의 결단을 지지했다.
일각에서는 “결혼식다운 축하 분위기가 부족했다”며 “인생의 중요한 날을 진지하게 치르지 않은 것을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허례허식에 큰 돈을 쓰는 것보다 하객과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결혼을 기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better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