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훼손 사실 아니다” 논란 일축
보안강화 통한 신뢰회복 일각 주장
외교라인 인적쇄신 필요성 목소리도
한미 간 일부 대북 정보공유 제한이 반년 넘게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쿠팡을 비롯한 통상마찰과 대미투자 이견까지 겹치면서 양국 정보협력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2일 최근 한미 정보협력 이상기류에 대해 “전체 맥락을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 중 안보, 통상 관계로 줄다리기 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국익과 자율성 두 가지를 기준으로 줄다리기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은 이어 “우리도 마찬가지”라면서 “우리 국익은 뭐고, 자율성은 뭔가 물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주장하는 동맹이 흔들리고 훼손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사태 악화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철저한 보안 강화를 주문하면서 북미대화 성사 이전에 한미간 오해의 간극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종우 한국국방포럼 사무총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무게감이 큰 만큼 갈등의 씨앗은 정 장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청와대 등 다른 채널이 앞에 서더라도 결국 철저한 보안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정 장관이 북한 구성시 핵시설을 언급한 이후 미국은 기밀 공개라고 반발하며 대북 위성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실무그룹 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이 배제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특정 인사의 발언이나 쿠팡 문제 등이 거론되지만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한미 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갈등의 원인을 찾아서 시정조치해야 한다”며 “고착화될 경우 안보문제가 경제문제로 연결될 수 있고 대미무역에도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미 간 정보협력 논란이 경제·통상 현안과 맞물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등 통상 마찰과 대미투자 이행 지연이 미국 내 한국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으며, 최근에는 대미투자 세부 항목으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포함할지를 놓고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고위급의 방미 계획도 단순한 관계 개선 메시지를 넘어 구체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북미대화가 성사되기 전 한미 간 의견 간극을 최대한 줄여놓지 않으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협조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동맹 기준’ 언급을 정보 취급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대미 외교라인의 대응을 지적하며 강경화 주미대사 교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 연구위원은 “대사 교체부터 시작해 미국에 우리가 신경쓰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정보 보안과 동맹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인적 쇄신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최근 한미 정보협력 이상기류와 관련해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양국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 당국자도 모든 동맹이 정보·방첩 관련 사안을 적절히 다루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한미동맹 균열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정 장관과 이 원장을 겨냥해 “북한 눈치나 보는 이들을 더 이상 ‘자주파’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종북파’라고 불러야 마땅하다”면서 “동맹으로부터 불신을 야기하는 정부 내 종북파 인사들부터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
윤호·전현건·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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