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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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급성장한 데 이어, 로봇 보급이 본격화하면 저전력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산 장치에 들어가는 D램 수요는 올해 약 8300테라비트(Tbit)에서 2030년 약 17만2000Tbit로 늘어날 전망이다. 4년 만에 20배 이상 증가하는 규모다.

로봇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도 커진다. 카운터포인트는 휴머노이드 한 대당 평균 D램 탑재량이 올해 19기가바이트(GB)에서 2030년 39GB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휴머노이드 출하 급증…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도 늘어난다

메모리 수요가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로봇 보급 대수와 한 대당 탑재량이 동시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2만2000대를 넘어 전년 동기보다 약 300% 증가했다. 올해 연간 출하량은 5만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출하량이 25만6000대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촉각 센서 등을 통해 주변 정보를 계속 수집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이나 물체를 인식하고 이동 경로를 계산한 뒤 관절과 손의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결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사진과 영상, 음성 등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AI와 로봇의 행동을 직접 연결하는 ‘비전·언어·행동(VLA)’ 모델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주변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는 ‘월드모델’까지 적용되면서 한 번에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늘고 있다.

연산용 반도체 성능만 높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AI 모델과 센서 데이터를 빠르게 불러오고 임시 저장하려면 D램 용량과 대역폭도 함께 커져야 한다.

서버는 HBM, 로봇은 저전력 D램…배터리 효율도 변수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메모리는 AI 데이터센터와 요구 조건이 다르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대규모 AI 연산에 필요한 높은 대역폭 때문에 HBM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로봇은 배터리로 움직이는 만큼 전력 소비가 더욱 중요하다. 카운터포인트는 현재 휴머노이드에는 HBM보다 LPDDR 계열의 저전력 D램과 고용량 낸드가 주력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기능이 늘어날수록 외부 서버에 모든 데이터를 보내 처리하기보다 기기 내부에서 직접 연산하는 ‘엣지 AI’ 비중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로봇 자체에 더 많은 메모리와 저장장치를 탑재해야 한다.

마이크론도 로봇을 차세대 메모리 시장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실적 발표 자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가 평균적인 레벨2+ 자율주행차보다 약 10배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시간 인지와 추론, 제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해 고대역폭·저전력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산 플랫폼이 고성능 레벨4 자율주행차와 비슷한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에는 통상 200GB를 넘는 메모리와 수TB 규모의 저장장치가 필요하며 휴머노이드 역시 장기적으로 비슷한 수준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HBM 다음 먹거리 될까…삼성·SK도 새 수요처 주목

휴머노이드 시장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최근 메모리 시장의 중심을 HBM으로 옮겼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0%, 삼성전자는 3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 수요가 HBM에서 일반 D램과 저전력 D램, 낸드까지 넓어질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PC 시장처럼 대량 출하되는 제품군으로 성장할 경우 로봇 한 대당 메모리 탑재량 증가와 출하량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계는 자동차와 로봇을 차세대 성장 시장으로 보고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로봇과 자율주행 분야에서 실시간 AI 연산을 지원하는 저전력 메모리와 고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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