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취업허가 신청에 7만달러 부과
연장 신청에도 3만달러 추가 부담
최대 3년 취업 가능한 OPT 겨냥
대학·기업 반발에 법적 공방 예고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에게 취업허가 수수료로 최대 1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인 인력 유입을 제한하려는 조치로, 미국 대학과 기술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선택적 실무연수’(OPT) 프로그램에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는 규정안을 발표했다.
규정안에 따르면 학생비자(F-1)를 소지한 외국인이 OPT를 처음 신청할 때 7만달러(약 9380만원)를 내야 한다. 이후 취업허가 연장을 신청할 경우에도 3만달러(약 4000만원)의 수수료가 추가된다. 최초 신청과 연장 신청을 합치면 부담액은 10만달러(약 1억3380만원)에 달한다.
OPT는 미국 대학에서 학사 또는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유학생이 별도의 취업비자 없이 전공 관련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졸업 후 1년간 취업할 수 있으며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졸업생은 2년을 추가로 연장해 최대 3년간 일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OPT가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DHS 대변인은 OPT가 미국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뒷문이나 저임금 외국인 노동력을 공급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미국 노동자들이 저임금 외국인 인력과 경쟁하도록 강요받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DHS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이 OPT 관련 사기와 제도 남용 사례를 적발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 대학들이 유학생의 OPT 신청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규정안은 수수료 납부 주체를 대학으로 명시했다. 학교가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이민국(USCIS)이 해당 유학생에게 취업허가를 발급하지 않는 방식이다. 다만 대학이 거액의 수수료를 대신 부담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 비용은 유학생이나 채용 기업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대학의 유학생 유치와 기업들의 해외 인재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며 기술기업 역시 OPT를 통해 해외 고급 인력을 채용해왔다.
AP통신은 이번 조치가 미국 대학과 일부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DHS는 앞으로 6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규정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지만 대학과 산업계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시행이 지연될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USCIS 수석 고문을 지낸 더그 랜드는 이번 수수료 부과 방안도 법원에서 무효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우리 대학에서 유학생을 교육하고 졸업 후 이곳에서 재능을 발휘한다면 당연히 환영해야 한다”며 “터무니없는 수수료로 이들을 쫓아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