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英·獨 등 AI안전연구소 활용
AI 성능평가·위험관리 공통기준 구축
“주도권 놓치면 파편화·갈등 체계 자리”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대화 긍정적”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과 손잡고 인공지능(AI) 국제 표준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I 패권 경쟁이 단순히 누가 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느냐를 넘어 어떤 국가가 세계에서 통용되는 ‘AI 규칙’을 만드느냐의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1일(현지시간) 오픈AI는 ‘AI의 다음 단계를 위한 표준 구축’이라는 글을 통해 “미국이 전 세계 국가들과 협력해 최첨단 AI에 관한 글로벌 기술 표준을 개발하는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지금이 AI 국제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지금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 AI 체제를 미국이 주도할지, 아니면 국가별 규제가 제각각인 파편화되고 불균형한 체계가 자리 잡을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AI 국제표준을 이끌 여건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AI 산업이 현재 기술 최전선에 있는 데다 금융과 무역, 국방, 기술, 정보시스템 등 세계 핵심 네트워크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미중 AI 패권 경쟁의 무게중심도 기술 개발 자체에서 AI의 ‘도입과 확산’으로 넓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픈AI는 “지정학적 경쟁은 단순히 누가 기술적으로 앞서느냐에 그치지 않고 AI의 도입과 확산을 둘러싼 경쟁이 될 것”이라며 기업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협력과 합리적인 규칙을 누가 주도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국제 협력망에 한국도 포함됐다.
오픈AI는 각국에 설립된 AI 안전 연구소를 연결해 국제표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독일, 프랑스, 케냐, 일본, 싱가포르, 인도, 영국 등 10개국의 AI 안전 연구소를 예로 들었다.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첨단 AI 모델의 성능을 측정하는 공통 기준부터 위험 평가, 안전장치의 적정성 등을 함께 정하자는 구상이다. 특히 AI가 AI 연구 자체를 수행하는 자동화된 연구와 ‘재귀적 자기개선(RSI)’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할 공통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런 국제표준이 개별 국가의 규제 권한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적으로 공통된 기술적 기준을 만들되 이를 자국 법체계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는 각국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오픈AI는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AI 개발 속도를 미리 정해놓고 유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AI가 인간의 의도와 가치에 맞게 작동하도록 하는 ‘정렬(alignment)’ 연구와 안전장치가 AI의 능력 발전보다 앞서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가 스스로 더 뛰어난 AI를 개발하는 재귀적 자기개선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경계선을 그었다. 오픈AI는 “완전히 자율적인 RSI는 현재 일어나고 있지 않으며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이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 간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오픈AI는 AI 안전과 관련해 미중 간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진전”이 될 것이라며 예정된 양국 간 회담이 적절한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AI의 이번 제안은 AI 경쟁의 전선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모델의 성능 경쟁을 넘어 국제 규칙과 표준을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AI 표준을 국제표준으로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한국의 AI 안전 연구기관 역시 주요 협력망의 한 축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AI와 국제 안보를 주제로 직접 브리핑할 예정이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