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헬조선 유발 정부의 화살을 피하라”. 19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을 단 16개월 앞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특명이 떨어졌다. 조건은 갖춰졌다. 당청관계의 한 축인 여당에 헌정사상 첫 호남출신 대표(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탄생한 참이다. 최말단 당료인 간사 ‘병(丙)’ 출신의 ‘흙수저’다. 브라질 리우에서 전해지는 국가대표 선수단의 ‘역전극’도 완벽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 대표가 ‘캔두이즘(Candoismㆍ뭐든 할 수 있다)’ 전파에 주력하는 이유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청은 최근 캔두이즘을 중심으로 한 긍정론 환산에 정치력을 집중하고 있다. 포문은 박 대통령이 열었다.

당청, 대선 앞 마지막 돌파구 ‘캔두이즘’…“헬조선 유발 정부의 오명을 피하라”

박 대통령은 전날 광복 71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가 퍼져가고 있다”며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선전, 한류문화 확산, 경제 발전,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저력이자 자랑스러운 현주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 불어닥친 ‘헬조선(지옥 같은 한반도를 지칭하는 신조어) 신드롬’의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집행 탓이 아님을 분명히하는 한편, 국민의 의식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이 대표 역시 박 대통령의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광복 이후 71년간 우리가 직접 일으킨 성과에 대한 긍지를 불러일으켰다”며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대내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할 수 있다는 ‘위 캔(we can) 정신을 가지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희망론을 설파했다.

이처럼 당청의 수장이 동시에 캔두이즘을 부르짖고 나선 것은 당 내외에 ‘노력형 성공신화’의 사례가 충분히 쌓였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 대표가 성공한 흙수저다. 30여년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당직자 중 최말단인 간사 병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 대표는 이후 총 17계단을 올라 당 대표가 됐다. ‘청년층의 비관론이 정권 실정(失政) 심판론으로 이어져 대선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평등사회를 지향한다”고 주장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브라질 리우 올림픽 현장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역전 드라마가 속속 펼쳐지고 있는 것도 당청 입장에서는 호재다. “포기하지 않고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여자 양궁 개인 금메달 장혜진)”, “할 수 있다(남자 펜싱 에페 금메달 박상영)”는 선수들의 발언에 ‘국정 긍정론’을 간접적으로 보태면 국민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안이나 근거 없는 희망론은 무책임할뿐더러, 더 큰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아침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절망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긍정과 희망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해줄 것인가, 또 어떻게 하자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