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공부를 하면 괜히 집중력이 높아지는 느낌이 든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와중에서도 승객들은 어렵지 않게 잠에 든다. 소음은 단지 ‘나쁜 것’이 아니다. 집중력을 높여주고 불편한 소리들을 막아주는 ‘소음’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백색소음이라고 부른다.
카페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조용한 도서관을 벗어나 일부러 카페에 자리를 잡는 것은 비단 취향의 문제가 아닌 실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시끄러운 공간에서 집중이 더 잘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설명하는 열쇠 역시 백색소음이다.
백색소음은 백색광에서 비롯된 용어다. 빛의 합이 결국은 백색광이 되는 것처럼,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의 합은 곧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이 된다. 말하자면 소음들이 모인 소음이다. 백색소음은 대게 우리 주변의 자연 생활환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리들이다. 비 내리는 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도 모두 소음이지만 소음이 아닌 백색소음이다.
백색소음은 ‘약이 되는 소리’다.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들었던 음들이기에 심신의 안정을 준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피실험자에게 백색음을 들려주고 뇌파를 측정했더니 알파파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색소음으로 집중력과 안정도가 올라간 것이다. 사무실에서 백색소음을 들려 줬더니 불필요한 잡담과 신체 움직임이 줄거나 백색소음을 듣고 공부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약 30%가량 증가한 사례도 있다.
카페도 이의 연장선이다. 다소 시끄러울 수는 있지만 익숙하게 듣는 소음이기에 오히려 적막함보다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더군다나 소리는 있되 의미는 없어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비행기의 사례도 비슷하다. 기내에서 들을 수 있는 바람소리는 백색소음의 일종이다. 비행기가 내는 소음이 가진 파형에 맞는 반대파형을 흘려줌으로써 귀를 멍하게 만드는 비행기 소음을 상쇄시키는 것이다. 덕분에 승객들은 기내에서 발생하는 코 고는 소리, 움직이는 소리, 먹는 소리 같은 소음을 의식하지 못한 채 비행할 수 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