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장악한 친박계가 전당대회 완승할 것" 전망 뒤엎고 원외당협위원장 대거 비박계 쪽으로
[헤럴드경제=이슬기ㆍ유은수 기자] ‘친박(親박근혜)은 조직, 비박(非박근혜)은 명분’. 단 28일 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 8ㆍ9 전당대회의 판세 전망은 그동안 모두 이 문장에서 출발했다. 친박계에 편중됐던 4ㆍ13 총선 공천자가 사실상 당원협의회위원장(이하 당협위원장)직을 고스란히 계승한 만큼, 전당대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직원 동원력에서 친박계가 앞선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정설은 깨졌다. 이미 원내에도 강경 친박계와 거리를 두는 잠재적 탈박(脫朴)이 상당수 생긴 마당이다. 공천 파동 탓에 ‘금배지’를 달지 못한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여전히 친박계의 수족이 돼줄 리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현직 원외당협위원장 사이에선 “혁신 세력의 당권 접수를 원하는 기류가 강하다. 친박이 유리하다고 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12일 새누리당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전국 시ㆍ도 지역구에 퍼져 있는 당협위원장은 자신이 임명한 운영위원장 등과 함께 당원 5000명을 전당대회 대의원으로 추천할 수 있다. 전당대회에서 표를 던질 수 있는 대의원(1만명) 중 절반이 당협위원장의 ‘의중’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조직을 장악한 친박계가 전당대회에서 완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4ㆍ13 총선 당시 공천자의 60% 가량은 친박계(3월 16일 집계 기준, 149명 중 87명)로 채워졌다. 이 구도가 총선 후까지 이어졌다고 가정하면, 현재 254명(원내의원 112명, 원외당협위원장 136명, 사고당협 6곳)명의 당협위원장 중 총 150명 정도가 친박 지지자인 셈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천자가 당협위원장을 맡고, 인위적 조직정비가 없는 한 4년 동안 직을 유지한다.
문제는 과반인 원외당협위원장들이 속속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 한 전직 당협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대선을 통해 정권이 바뀔 수도 있는 가운데, 현 정권으로부터 받을 혜택이 없는 원외당협위원장이 친박 기조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며 “새누리당이 변해야 다음 총선에서 지지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강하다. 장외 탈박인 셈”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친박계의 ‘조직우위’가 총선 참패 책임 심판론을 앞세운 비박계의 ‘명분우위’에 잠식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준석 서울노원병 당협위원장 역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지역의 50여개 당협만 뭉쳐 똘똘 밀어도 최고위원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당 대표도 경선도 (서울지역 당협의 의중으로만) 5~10%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협위원장 대부분이 현 체제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보는데다, 당협위원장과 비슷한 성향의 당원들이 당에 많이 남는 것을 고려하면 친박계에 상황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했다.
허용범 서울동대문갑 당협위원장도 헤럴드경제와 만나 “당원들은 당협위원장이 어떤 성향을 보이느냐를 굉장히 존중한다”며 “(친박계가 우위라기에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 (친박계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친박계가 지난달 ‘비박계 중심의 당협위원장 물갈이’를 시도한 권성동 전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등 조직우위 지키기에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전당대회의 바람은 비박계 쪽으로 불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친박계는 당권 주자가 난립해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비박계의 대표적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 역시 원외당협위원장들의 기류 변화에서 큰 자신감을 얻는 듯하다”며 “실제 이상휘 서울동작갑 당협위원장 등이 정 의원 경선 캠프의 특보를 맡는 등 물밑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