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증후군, ‘불안·우울·자살’ 위험 높인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복통, 설사 또는 변비가 나타나는 난치성 위장장애인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irritable bowel syndrome)이 불안이나 우울, 자살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위장 문제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눈길을 끈다.

4일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에 따르면, 미국 미주리 대학 의대 소화기 내과 전문의 예자스 구리 박사 연구팀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불안장애, 우울증, 자살 생각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의 4000개 병원에서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료를 받은 환자 120여만 명의 3년간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과민성 대장 증후군 치료를 받는 전체 환자 중 38% 이상이 불안장애, 27% 이상이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없는 환자들의 불안장애, 우울증 발생률의 2배에 해당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그 이유로 연구팀은 장과 뇌 사이에 신호 전달 경로가 존재한다는 장뇌축(gut-brain axis) 이론을 지목했다. 장뇌축은 장 박테리아의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이 혈액을 타고 돌면서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이를테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고 불안장애와 우울증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불안장애 환자는 다른 사람보다 심박수(heart rate)가 높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모두 자율신경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장뇌축을 통해 자율신경계의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에 대해 텍사스 대학 보건과학 센터 위장·간장 과장 브룩스 캐쉬 박사는 정신 건강이 장 건강의 요소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정신 건강 문제는 위장의 증상을 악회시키고 위장 증상은 정신 건강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일랜드 왕립 의학 학회(Royal Academy of Medicine) 학술지 '아일랜드 의과학 저널'(Irish Journal of Medical 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