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의약품 최초 상호신뢰협정 체결
국내 제약, 유럽최강 스위스와 동급대우
노바티스 둥 세계 ‘빅4’와 어깨 나란히
수출시 실사 면제 등 글로벌 진출 탄력
유럽·프랑스와 연이은 비밀 교류 협정
업계 “신뢰도 향상 계기…큰자산 될것”
한국이 의약품 제조품질 면에서 세계 빅4 중 2사를 보유한 유럽 최강 스위스로부터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고, 유럽연합과는 비밀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의약 산업 동맹국 수준으로 격상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8일 스위스와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분야의 상호신뢰협정(AMR)을 체결한 것은 제약산업 선진국인 스위스에서 우리나라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의약품 분야에서 국가 간 상호신뢰협정(AMR)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 제약강국으로 꼽히는 스위스와 동등한 수준의 GMP 운영 국가임을 국제사회에 입증함에 따라, 산업계의 해외개척 길을 터주는 후속 G2G(정부간 협력)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K-바이오, 노바티스·로슈 고향 스위스서 ‘인정’=이번 AMR 체결의 주역 식약처는 2014년 의약품 분야 국제협의체인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가입, 2016년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입 및 관리위원회 피선, 올해 EU GMP 화이트리스트 등재 등 의약품 신인도와 국격을 높여왔다.
이에따라 국내 제약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스위스와의 AMR 체결로 인해 국내 제약기업들은 스위스에 의약품을 수출할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했던 서류 절차와 현지실사로 인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미국 등과 A7 제약강국에 포함된 스위스와의 이번 협정은 향후 GMP 수준의 우수성을 공인받은 우리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손쉽게 진입토록 해주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제약산업을 일찍부터 유망산업으로 지목하고 적극 육성했던 스위스는 과세 대상 수익의 최대 10%를 공제받는 세재 정책과, 스위스취리히연방공대(ETH)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제약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스위스의 모든 산업 분야를 포함한 전체 수출액 약 276조 8400억원 중 제약화학분야 수출액만 45%를 차지하는 약 123조 85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 418억 7500만달러를 기록한 세계 2위 제약사 노바티스, 같은 기간 매출 417억 3200만달러를 기록한 3위 제약사 로슈가 모두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두 회사가 작년에 R&D에 투자한 금액만 합쳐도 약 20조원에 달한다. 스위스 바젤에는 자연스럽게 대규모 바이오클러스터가 만들어져 바젤 지역 인구 약 50만명 중 약 4만명이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가로 전해진다.
이번 양국가간 상호신뢰협정을 체결과 관련해 제약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번 상호신뢰협정에 따라 향후 유럽 국가와 추가적인 협약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은 정부 간 협력은 그동안 품질혁신과 신약개발 투자로 꾸준하게 경쟁력을 쌓아온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원이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유럽 EDQM·프랑스 ANSM과 연이은 협약…제약업계 ‘화색’= 식약처의 이번 의약품 분야 국제협력 강화 행보는 스위스와 상호신뢰협정 체결로 끝나지 않았다. 스위스 일정을 마친 이의경 식약처장은 이튿날 바로 프랑스로 넘어가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 의약품품질위원회(EDQM)와, 그 다음날 파리에서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와 각각 비밀정보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EDQM은 유럽 내 의약품 원료물질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규제기관이며, ANSM은 프랑스의 의약품·의료기기 등 의료제품의 인허가 및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기관이다.
두 기관과 MOU는 의약품 규제정보를 비롯해 심사·평가정보 등 양측의 기밀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의약품 품질문제 등 위해정보에 더욱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 EDQM은 유럽의 원료의약품 품질관리를 도맡아 하는 기관인 만큼, 우리는 의약품 위해정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국내 의약품 규제수준의 신뢰도도 높인다는 전략이다.
식약처의 개가에 제약업계가 희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예산을 늘리고,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어느 때보다 많은 R&D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제약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공신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의약품과 품질관리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은 산업계로선 큰 자산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