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수요 둔화와 운임 경쟁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저비용항공사(LCC)와 신규 항공사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방공항 노선 개발과 운항 수 확대로 인해 저운임 구조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돼 합종연횡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19일 저비용항공사 한 관계자는 “인바운드 활성화나 규제 혁신 등 획기적인 방안은 없다”며 “대형항공사는 중장기적으로 노선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운임 경쟁에 노출된 저비용항공사들의 고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둔화는 진행형이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 저비용항공사의 전국공항 여객 실적은 184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8만명보다 11.1% 감소했다. 대형항공사(FSC)기 같은 기간 0.2%(270만7000명→270만2000명)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LCC 상위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여객 감소가 두드러졌다. 국토부 제재가 여전한 진에어가 전년 대비 23.6%(42만6000명→32만5000명)으로, 에어부산이 27.0%(20만9000명→27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에어서울은 같은 기간 19.0%(15만1000명→12만2000명) 줄었다.

판도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전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단은 제주항공 40대와 이스타항공 20대를 합쳐 총 60대 규모로 늘어난다. 운임별 운용 전략은 LCC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저비용항공사들은 내년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우고 있다. 거대 업체의 탄생과 글로벌 경기 위축, 여기에 내년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신규 항공사 3곳이 진입할 예정이어서다.

가뜩이나 출혈경쟁이 커진 상황에서 ‘제2의 이스타항공’이 등장할 것이란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구조적으로 항공기 도입 경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저비용항공 모델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최저 운임을 위한 저원가 구조 확보 노력에 정부의 행정지원이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C 업계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중하위권 항공사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며 “미국과 유럽의 인수합병(M&A) 사례가 국내에서도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유럽에선 에어베를린, 알이탈리아항공 등 2년간 40개의 항공사가 파산했다. 미국에선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이, 유나이티드에어라인과 콘티넨털항공 등이 인수합병을 통해 항공시장 지도를 바꿨다.

정부가 인바운드 유치 항공사에 운수권과 슬롯을 우대하고, 여행사 협력을 강화하려는 방향성도 LCC 업계의 쏠림을 가속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시간당 슬롯을 70회까지 확대한다고 하지만, 국내 업체 외에 외항사가 포함돼 실익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며 “지방공항간 중국 자유화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 신규 진입하는 항공사나 자금난이 심각한 일부 업체에 도움이 되겠지만, 일부 혜택이 특정 업체에 돌아갈 경우 균형이 무너질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