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70대 어르신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동네 내과에서 혈압약, 모 대학병원에서는 심장약과 당뇨약, 모 종합병원 비뇨기과에서는 배뇨장애로 진료를 받고 계셨습니다. 신경학적 검진에서는 뇌병변이나 내이(inner ear) 질환을 의심할만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앉았다 일어설 때 더욱 어지럼증이 심하다고 하여 기립성 저혈압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복용중인 약봉지는 여러 개 가지고 계셨지만, 상태가 좋지 않아 약품정보 웹사이트를 통한 약제성분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특히 환자 스스로가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대략 20분간 병력청취와 신경학적 검진을 진행해본 결과, 당장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해 기존 복용중인 약 처방내역과 촬영했던 뇌 MRI영상, 각종 검사지 등을 가지고 재방문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당장 먹을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시며 아무것도 안했는데 왜 진료비를 내냐며 화를 내셨습니다. 종합ㆍ대학병원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종종 겪고 있는 일입니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신체검진 만으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급성 뇌경색이나 귀 질환이 있다 하더라도 해당 진료과 검진에서 이상이 없다고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위에 말씀드린 환자의 경우, 복용하는 약 등이 어지럼증과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약성분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어지럼증 뿐만 아니라 어떠한 질환이더라도 병원 처방전, 관련 영상 CD 및 검사결과지, 소견서 혹은 수술기록지, 최근에 시행한 건강검진 결과지와 영상 등을 구비해 타 병원에 방문하는 것은 정확한 검진을 통한 치료의 첫 걸음입니다.
<도움말: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허성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