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세아, 지난 8월 MOU 체결 이후 매각 진척 없어 -현장실사 못하고 3개월 째 논의만…합의 이루지 못해 -포스코특수강 노조 반대도 변수…상경투쟁ㆍ경영진 배임 고발 논의 -권오준 회장, 자산매각 줄줄이 지연…구조조정 계획 차질 빚나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포스코특수강 매각이 3개월 째 지지부진하다. 포스코와 세아그룹은 지난 8월14일 포스코특수강 인수ㆍ합병(M&A)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세아그룹 계열사인 세아베스틸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격 및 인수 방식에 대한 양측 간 이견에, 포스코특수강 노조가 매각을 반대하며 포스코 내부 내홍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특수강을 비롯해 포스코우루과이, 광양LNG터미널 등 자산 매각 작업이 전반적으로 지연되면서 권 회장의 구조조정 작업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4일 철강업계 및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인수주체인 세아베스틸은 포스코특수강에 대한 회계실사는 마무리했지만 현장실사 등 이후 단계는 답보 상태다. 당초 양 측은 10월까지 실사를 끝내고 올 해 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실사 단계부터 일정이 지연되면서 매각은 올 해를 넘길 공산이 커졌다.

포스코특수강 매각 3개월 째 제자리…이유는?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1조원 안팎의 대규모 딜인 만큼 양 측이 제시하는 가격과 인수 방식에 차이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아그룹은 매각가로 8000~9000억원, 포스코는 1조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 세아그룹의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포스코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도 논의 중인데 포스코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특수강 노조의 매각 반대 움직임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매각반대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하는 것 자체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측에 5년 간 고용승계 및 유지, 매각대금 10%의 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실사작업을 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위 측은 회사 측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권오준 회장 등 일부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다는 입장이다. 5일 오후부터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앞에서 400명 규모의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상경투쟁을 진행한다.

매각 작업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특히 포스코가 지난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특수강 매각 무산 시 기업공개(IPO)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현수 유안트증권 연구원은 “매각과 기업공개를 모두 고려한다고 밝히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해석했다.

양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회계실사 이후 현장실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수합병을 위한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아직 합의가 이뤄진 내용은 없을 뿐”이라며 “일부에서 구체적인 인수 가격이 거론되기도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도 “아직 협상 중이며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을 비롯해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광양LNG터미널 등 자산 매각 작업이 전반적으로 지연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권 회장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지난 상반기부터 의욕적으로 자산 매각을 진행해왔지만 아직 매각이 완료된 곳은 없다.

이와 관련해 권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너무 조급하게 보면 안된다. 자산매각은 원래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포스코특수강도) 스텝바이스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