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현대ㆍ기아자동차는 3일(현지 시각) 미국 내에서의 연비과장 논란과 관련해 1억 달러(1073억6000만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국 환경청(EPA)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5680만달러, 기아차는 4320만달러의 벌금을 각각 부과받았다. 또한, 현대ㆍ기아차는 온실가스 규제 차원에서 적립한 포인트 중에서 2억달러에 해당하는 475만점(현대차 270만점, 기아차 205만점)을 미국 환경청과 법무부에 의해 삭감당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지난 2012년 연비 조정문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후속 행정절차를 종결하기 위해 해당 기관인 미국 환경청, 캘리포니아 대기국(CARB)과 합의했다”며 “합의의 일환으로 양사는 사회적 배상금을 각각 납부하고 연비 조정 전후의 차이 만큼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적립포인트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미국 정부가 소비자들의 안전과 공정한 시장경쟁, 그리고 법을 위반한 기업들을 얼마나 집요하게 추궁하는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는 또 미국 환경청의 권고에 따라 연비 인증시스템 개선을 위한 연구ㆍ개발(R&D)에 자발적으로 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연비 시험과 교육, 데이터 관리, 인증을 위한 독립 조직을 신설하고 2015∼2016년형 모델의 연비 검증 활동을 지속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현대ㆍ기아차는 2012년 11월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 딜러 쇼룸에서 보는 윈도 스티커에 연비를 과장해 표기했다는 논란이 제기돼 미국 환경청의 조사를 받아왔다.
현대ㆍ기아차는 당시 대부분의 차종에서 갤런당 1∼2마일씩 하향 조정했으며, 특히 기아 소울의 경우 갤런당 6마일을 내렸다. 이어 연비 변경 이전에 해당 차종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는 90만개의 직불카드를 주는 형태로 보상해줬다.
이에 대해 그동안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13개 차종에 대해 연비를 자발적으로 조정한 바 있으나 미국 연비 시험 절차상의 규정 해석과 시험환경, 방법의 차이로 인해 발생했던 사안이며 법규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합의 배경에 대해 현대ㆍ기아차는 그러나 “연비 측정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를 마무리 짓고 고객 만족을 제고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판매활동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여서 현대·기아차와 비슷한 관행을 가진 미국 내 다른 업체도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최근 포드와 BMW, 다임러 등도 현대ㆍ기아차와 마찬가지로 연비 과장 표시를 수정한 경우가 있어 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환경청은 이날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다른 자동차 업체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않았다. 결국 현대ㆍ기아차 뿐 아니라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모두 연비 표시 문제에서부터 자유롭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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