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달콤한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혼부부가 맨 처음 찾는 곳이 있다. 바로 집 앞 동 주민센터(옛 동사무소)다. 서로 부부가 되었음을 최종 선언하는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서다. 설레는 마음으로 동 주민센터를 방문했지만 동 주민센터 직원의 무미건조한 한마디에 순간 짜증이 확 올라온다. “혼인신고는 구청에 가서 하세요.”
28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족관계의 발생 및 변동사항에 관한 등록과 그 증명에 관한 사무는 대법원이 관장하지만, 실제 업무는 서울시나 광역시의 경우 각 구청에, 지방은 시ㆍ읍ㆍ면에 위임해 처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가족관계등록업무로는 출생ㆍ사망신고와 혼인신고가 있다. 출생ㆍ사망신고의 경우 동 주민센터에서 신고할 수 있다. 이는 동장이 구청장을 대행해 신고서를 수리한 뒤 구청장에게 신고서를 송부하도록 관련 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인신고는 주민센터에서 할 수 없다. 관련 법상 혼인신고는 구청에서만 하도록 돼 있다. 혼인신고와 같이 하는 전입신고의 경우 주민센터나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신혼부부들은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만 하고 다시 구청으로 발길을 옮겨 혼인신고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구청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를 개선해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는 경우 전입신고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혼인신고는 왜 동 주민센터에서 할 수 없을까. 특별한 이유는 없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시ㆍ군ㆍ읍ㆍ면사무소가 등록관서로 지정돼 있고 이를 구청이 대행하는데, 출생ㆍ사망신고의 경우 주민센터에서 신고서 접수를 가능하도록 했다”면서 “혼인신고를 주민센터에서 못하게 하는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혼인신고가 출생ㆍ사망신고보다 업무가 복잡하기 때문에 구청에서 전담한다는 설(說)이 있다. 출생ㆍ사망신고는 단순히 등록 또는 말소 업무인데 반해 혼인신고는 한 가구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창설적 개념이어서 간단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선 주민센터에서 새로운 호적등록시스템을 구축하고 담당자들을 별도로 교육시켜야 한다. 결국 예산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돈 없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 출생ㆍ사망신고처럼 혼인신고서를 접수하고 이를 구청에 송부하면 된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같은 방법을 통해 혼인신고를 주민센터에서 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기준 의원은 “특별한 이유없이 구청에서만 혼인신고를 받는 것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규제”라면서 “주민들의 다양한 공공서비스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주민센터의 권한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