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피하려 일부만 공개 ‘꼼수’…“공공기관 열린행정 역행” 지적

서울시가 그동안 공개해왔던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공공기관이 열린 행정을 지향하면서 확대하고 있는 정보공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9월부터 자체 보유한 패널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패널을 모집해 최근 시민 패널 1만명을 돌파했다.

시민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 여론조사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여론조사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해 시민들의 생각을 공유하도록 했다.

하지만 온라인 여론조사는 시행 1년만에 크게 변질됐다. 여론조사 실시 후 한달 안에 공개했던 조사 결과는 최근 아무런 공지없이 슬그머니 비공개로 바뀌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의뢰한 부서가 조사 결과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어 비공개로 전환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알고 싶으면 해당 부서에 문의하면 된다”고 했다.

해당 부서가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뒤 시나 자기 부서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비밀에 붙이겠다는 것이다.

시는 특히 ‘비공개 비난’을 피하기 위해 1~3번 설문문항 결과만 공개하는 꼼수도 부렸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안내문도 게재하지 않았다. 처음 접하는 시민들은 공개된 내용이 여론조사 결과의 전부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당초 취지와 달리 온라인 여론조사 내용도 ‘시민의 관심사’에서 ‘시 직원의 관심사’로 바뀌고 있다. 주로 시 정책 수립 또는 평가와 관련된 설문문항이 많다는 얘기다. 이는 당초 “주요 정책결정 등에 대한 여론조사는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하겠다”는 설명과 배치된다.

결국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시 정책에 반영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결과를 받아본 A부서 관계자는 “온라인 여론조사는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책을 수립할 때 온라인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부서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온라인 여론조사 특성상 조사대상 표집방법 등에 한계가 있어 편향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시민 패널은 “시민들의 의견을 이용하면서도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시민 참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