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친선경기 두고 논란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2연승 전적에도 여전히 국내 축구 팬들의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9번째 평가전 상대로 베트남을 골랐다.
사우디에 이어 아프리카의 강호 튀니지를 4-0으로 꺾으며 2연승을 거두긴 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평가전 상대 선택은 축구협회의 구구절절한 설명에도 의문이 남는다는 평가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7일 오후 8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를 벌인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놓은 뒤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베트남은 현재 FIFA랭킹 95위로 26위인 한국과 실력 차이가 크다. 랭킹이 곧 승패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귀한 A매치 기회에 손흥민·김민재·이강인·황희찬·이재성·홍현석·조규성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인 실력파 선수들을 모두 불러와 놓고 치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격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축구협회는 약체 베트남과의 평가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전력이 한국보다 약한 팀들이 밀집 수비 전술을 펼 경우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이에 대해 약팀과의 평가전을 고집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의문이 커지기도 했다.
사실 가을 시즌은 유럽과 남미의 강팀을 초청하기는 어려운 시기다. 대륙별 대회 예선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파 선수의 전력 점검도 아니고,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는 유럽파들을 모두 불러들여 베트남과 평가전을 갖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한국은 이겨봐야 ‘클린스만의 3연승’이라는 것 외에는 얻을 만한 것이 없다. 강팀은 수비도 잘한다. 굳이 수비만 하는 약팀을 불러다 이를 격파할 해법을 찾는다는 설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클린스만 감독과 축구협회는 튀니지전 대승에 취할 상황은 아니다. 그날 경기장의 수많은 팬들이 선수들에게는 뜨거운 응원을 보낸 반면 클린스만 감독에 야유를 한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경기에서 이렇다 할 전술이나 철학도 보여준 것은 없으면서, 한국에 체류하지도 않고 해설위원 등 부업을 한다며 툭하면 외국에 나가고, 유럽에 축협사무소를 내야한다는 말을 하는 클린스만 감독이다.
이제는 선수들 덕에 이기는 게 아니라 클린스만의 축구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과거 지도자경력을 살펴보면 크게 기대를 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부상이 있는 손흥민·황인범, 혹사 논란이 일만큼 체력 부담이 큰 김민재 등을 기용해 만에 하나 부상이라도 당하면 베트남과의 평가전은 커다란 재앙 밖에 되지 않는다.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면 보다 최선의 대표팀 운영 방침이 정해지는게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