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대통령 선거를 다섯 달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양자 구도가 굳어졌지만 두 후보 모두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최선’의 후보로 거듭나기 위해 트럼프와 클린턴이 각각 앞으로 공 들여야 할 세 가지 과제를 USA투데이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솔직함이 호감도 상승에 큰 몫을 했지만 이제는 하는 말의 수위를 조절할 때다. 겨우 결집한 공화당이 다시 트럼프에 등을 돌리는 사태가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는 곤살레스 쿠리엘 샌디에이고 연방지법 판사가 멕시코계여서 인종 편향적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간신히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주류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마크 커크 상원의원은 아예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공화당 내부 문제뿐만 아니라 본선에서 다양한 인종, 직군을 껴안아야 승리할 수 있는 트럼프에게 이 같은 인종 차별적 발언은 지지 기반을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트럼프는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도 수차례 지적을 받아 왔다.
슬로건 이상의 ‘구체적’ 공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 과제다. 그의 선거 캠페인 웹사이트는 트럼프의 지위, 이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 교육, 일자리 창출, 안보 등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제시돼 있지 않다. 이는 힐러리와 비교해 특히 부족한 점이기도 하다. 힐러리 선거캠프 웹사이트는 A부터 W까지 알파벳을 제시해 두고 해당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선거 공약들을 세세히 나열하고 있다.
트럼프가 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참모진과 선거 캠프 인력을 확충하고 재정비하는 것이다. USA투데이는 트럼프의 선거 캠프 인력을 몇몇 시장 선거 후보보다도 적다고 전했다.
알렉스 코넌트 공화당 전략가는 “트럼프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기름칠이 잘 된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트럼프와 반대로 클린턴은 말에 좀 더 솔직함과 감정을 담을 필요가 있다는 충고가 나온다. 정계에 오래 몸 담으면서 ‘정치적’ 수사에 익숙한 힐러리는 진심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평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힐러리는 잘난 후보지만 마음 가는 후보가 되는 데는 애를 먹어 왔다.
피터 하트는 힐러리에 대해 “‘유리 천장’만이 문제가 아니라 ‘유리 커튼’도 걷어내야 한다”면서 “많은 이들이 힐러리를 보고 그의 말을 들어도, 교감하거나 와닿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그들의 말을 빌자면 힐러리는 너무 멀리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아야 하는 것도 과제다. 젊은 층의 지지율 부족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의 경선 경쟁에서 힐러리의 발목을 잡았던 문제이기도 했다. 본선에서는 샌더스 지지자들까지 모두 끌어와야 승산이 있다. 아직까지는 지지 분위기가 다소 부족하다. USA투데이가 락더보트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35세 미만 샌더스 지지층의 3분의 2는 향후 힐러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지만 10분의 1은 차라리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고, 10분의 2는 투표장에 나서지 않겠다고 답했다.
힐러리 깎아 내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트럼프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트럼프의 공격에 크게 반응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조금씩 되받아치기에 나선 힐러리에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있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윌리엄 갈스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힐러리는 트럼프가 집무실에 앉기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인물임을 드러내기 위해 그의 이력과 수사를 트럼프를 표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면서 “변화를 바라는 것과 전혀 알 수 없는 것에 뛰어드는 것은 다르다. 미국인들은 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