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ㆍ양영경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위원 구성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12일 예산안조정소위 정원을 15명에서 17명으로 늘려 달라는 여야 원내지도부의 요구를 거절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예정됐던 첫 예산안조정소위 회의 개최도 직권으로 미뤘다. 이에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미 발표한 소위 명단을 다시 짜거나 김 위원장을 설득해 기존 의결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예산을 챙겨야 하는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소위 활동의 스텝이 첫발부터 꼬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미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소위는 15명으로 한다는 의결이 있어 증원이 불가능하다”며 “15명으로도 이미 효율적인 진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달 30일까지의 짧은 심사기간 ▷협소한 회의장소 ▷위원회 직원들의 업무부담 등을 이유로 증원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또 소위가 17명으로 구성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16인)를 비롯한 주요 상임위보다 큰 소위가 된다”며 ‘비정상화’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양당 교섭단체에서는 이미 의결로 확정된 소위 위원을 증원하기보다는 명단을 수정 작성해 소위가 조속히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예결위는 지난 9일 전체회의에서 소위를 새누리당 8명, 새정치민주연합 7명 등 15명으로 구성하기로 의결한 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전날(11일) 오전 김 위원장과 김성태 예결위 간사를 비롯해 서상기ㆍ안상수ㆍ나성린ㆍ박명재ㆍ이우현ㆍ이종배 의원 등 8명이 소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후 새누리당은 오후에 이정현 의원을 추가한 9명으로 수정 발표했다.
새정치연합 원내지도부도 이날 오후 안민석 간사를 포함해 이인영ㆍ정성호ㆍ최원식ㆍ박범계ㆍ이상직ㆍ권은희ㆍ배재정 의원 등 8명의 소위 명단을 발표했다. 예결위가 의결한 7명보다 1명이 많았다.
소위 명단 발표를 미루던 야당은 위원 수를 여야 각각 1명씩 늘리자고 여당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위에 포함해달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쳤기 때분이다.
새누리당은 이 과정에서 당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의원인 이정현 최고위원을 막판에 추가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위 합류가 불발될 뻔 했으나 1명이 늘어나며 막차에 탑승했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야당의 증원 요구를 받아들여 호남 배려 차원에서 이 최고위원을 명단에 올렸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소위 인원을 15명으로 의결했으면 따라야지 (야당이) 자기들 입장이 곤란하다고 끼어넣기식으로 증원을 요구해선 안 된다”며 “의결사항을 위반하면서 정원을 늘리는 것은 위법하고 월권 행위다. 헌법기관에서의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여야 원내지도부는 소위 명단을 다시 손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빠질 경우 반발이 불보듯 뻔해 원내지도부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김 위원장이 예결위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소위 규모와 관련한 의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날부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인 소위는 이달말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한다. 소위에서 예산안 심의를 마치면 예결위는 오는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해 본회의로 넘긴다. 만약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 원안이 다음달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