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식 선군정치의 신호탄인가.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권력구도가 군부로 급쏠림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연일 선군정치를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2년 동안 김정일 체제 때는 유명무실했던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와 정치국 회의 등 당 시스템을 정상화하면서 선군정치를 탈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장성택 처형 이후 다시 선군정치로 복귀하는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26일 ‘위대한 선군정치가 전면적으로 실현되던 격동의 나날을 더듬어’라는 부제를 단 기사에서 “선군정치는 당대만이 아니라 후손만대를 담보하는 위대한 애국정치”라며 선군정치를 대를 이어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특히 “우리는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위대한 선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영원히 승리만을 떨쳐갈 것”이라는 김정은의 말도 소개했다.

북한은 심지어 선군정치의 시원도 기존의 1995년 1월1일 김정일의 ‘다박솔 초소’ 시찰로 잡던 데서 1960년 8월25일 김정일이 김일성과 함께 105탱크사단을 방문한 것으로 올려 잡는 등 선군정치의 역사도 대폭 늘리고 있다.

북한이 선군정치 역사를 부풀리는 등 김정일 때의 선군정치 카드를 다시 전면에 빼들고 나선 것은 장성택이 이권갈등으로 처형당한 이후 당 행정부가 장악하고 있던 이권이 다시 군부로 넘어가는 등 군부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의 현지지도도 군부 힘 실어주기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의 최근 공개활동은 김정일 사망 2주기 관련 행사와 마식령스키장 방문을 제외하면 인민군 설계연구소와 군부대 산하 수산사업소 등 군 관련 시설에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은 장성택 처형 이후 첫 군부대 시찰이었던 24일 제526대연합부대 지휘부 방문에서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싸움준비 완성에 최대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올초 3차 핵실험 감행 이후 연일 도발과 위협을 일삼으며 한반도 위기지수를 고조시키던 때 나오던 발언들을 연상케한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후의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대북정책의 원칙이 신뢰인지 대결인지 밝히라고 공개 질문을 던진 것 역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이 강경한 선군정치로 돌아섰다는 징후로 풀이된다.

한 대북 전문가는 “선군정치는 김정일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대체하기 위해 내세운 통치이데올로기”라며 “김정은만의 통치이데올로기를 내오기 전까지 당분간 선군정치가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