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百 수장 퇴진

대표이사 25명 중 9명 교체

실적 위기감에 통합대표체제

조직역량 결집 시너지 극대화

‘실적부진’ 칼 빼들었다…신세계, 전례없는 임원인사 단행
신세계그룹이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박주형(왼쪽부터) 신세계 신임 대표,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신세계그룹이 예년보다 한 달 빠른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하며 유례없는 물갈이 인사를 20일 단행했다. 전체 대표이사 25명 중 9명이 교체됐다. 실적이 부진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동시에 물러났고,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조직 운영 체계를 바꿨다. 일각에서는 전례 없는 이번 인사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신상필벌’ 원칙이 엄격히 적용됐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쿠팡보다 매출액에서 밀리면서, ‘유통업계 1위’ 타이틀을 내줬다.

임기를 2년 이상 앞둔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실적 악화에 따른 사실상의 경질로 풀이된다. 이마트 새 수장으로는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임명됐다. 그는 이마트와 함께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채널까지 모두 맡게 된다. 이마트 관계사들을 ‘1인 대표 체제’로 묶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신세계백화점을 이끄는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물러났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공로로 사장까지 승진됐지만 이번 인사 칼바람을 버티지 못했다. 신세계는 올해 2분기 백화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떨어졌다. 신세계 대표에는 신세계센트럴시티 박주형 대표가 내정됐다.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하게 된다. 그는 이마트와 백화점은 물론 개발사업을 주로 하는 센트럴시티까지 두루 거친 인물로, 백화점과 센트럴시티와의 시너지를 낼 인사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의 골자는 실적 위기감 고조에 따른 인적 쇄신과 통합대표체제 운영이다. 그 배경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더딘 성과가 있다. 실제로 이번에 물러난 강 전 대표는 그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2021년 신세계의 G마켓(전 이베이코리아) 인수·합병 전반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러나 G마켓 인수 이후 이마트의 주가는 하락했고, 이어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 실적까지 악화됐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통합대표체제를 도입해 계열사 대표 수를 줄여 조직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와 성과 창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신설, 산하에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신세계프라퍼티·SSG닷컴·G마켓을 두고 시너지에 역량을 집중한다. 예하 조직 및 본부장 운영에서도 통합본부장 체계 도입, 시너지를 위한 하이브리드 조직 체계, 업무 영역별 과감한 세대 교체를 단행하는 등 기존 조직 운영 방식을 벗어난 변화를 시도한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 대표까지 겸직해 시너지 확대에 주력하고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도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함께 맡는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는 70대의 ‘올드보이’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가 자리를 옮겼다.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콘텐츠 비즈니스 전문가인 김현우 대표가 외부에서 영입됐고 더블유컨셉코리아는 G마켓 이주철 전략사업본부장이 대표로 내정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쇄신, 강화하고 새로운 성과창출 및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