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해고요건 완화 되레 동참…野, 뜻밖의 방향 선회 허 찔려
정부가 정규직의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국회에는 반대로 해고요건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 이미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여당은 정부의 노동개혁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이고, 그동안 비정규직 보호에 초점을 맞춘 야당은 뜻밖의 개혁방향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
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2013년 4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 이외 해고금지 명문화 ▷사용자의 해고 피하기 위한 노력 규정 ▷성실한 협의 없을 경우 정당해고 간주 없음 ▷해고 근로자 업무 관련 채용시 당사자 우선고용 ▷우선고용 위반시 근로자 사용자에게 손배청구 가능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해까지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단 두 차례만 상정됐을 뿐 심사진행이 지지부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보다 앞선 2012년 5월 홍영표 의원을 필두로 모든 의원이 서명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고사유 강화, 해고요건 단체협약 설정 ▷정리해고 이유, 선정방법 문서제공 의무화 ▷해고회피계획, 전직지원계획 노동부장관 승인 ▷우선재고용 절차 및 구제요건 강화 등이 골자다. 마찬가지로 이 법안도 지난해까지 단 3번만 법안소위에 상정됐을 뿐이다.
이처럼 정부가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는 법안이 여야를 통해 마련됐지만, 새누리당은 정부 추진안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방침이다. 김무성 대표는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의 투자확대를 위해 고용시장의 유연화와 같은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최경환 경제사령관이 제기한 것을 기점으로 해서 노동시장의 개혁도 우리 당이 선도해 야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정부 정책의 균형을 찾겠다는 발언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시장을 살얼음판으로 만들고 있는 정부의 정규직 해고 요건완화 방침에 수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당론으로 발의된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 우선처리 목록에 들어가지 않았다. 민생경제 살리기 25개 법안과 을지로위원회 중점 법안 어디에도 이 법안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그간 새정치민주연합의 주된 노동정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급기야 새정치민주연합은 상대 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지지하기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해고요건 완화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법안보다 여당안을 지지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푸념했다. 여야가 각각 발의한 법안은 이날 법안소위에 상정돼 심사를 받게 됐다.
정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