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3위 애플, 작년부터 1위 고수 中브랜드 화웨이 올해 첫 진입 눈길
2012년 국내외 스마트폰 열풍 본격화 기복없는 삼성전자 ‘TOP 10’ 진입
SPA 열풍타고 H&M·자라 급성장 구찌·프라다 등 명품브랜드 앞질러
[특별취재팀 = 김현일 기자] 인터브랜드는 지난 2000년부터 세계 100대 브랜드 순위를 발표해왔다. 이 중 2004년부터 올해까지 순위 변화를 종합해 본 결과 10년 간 산업계에 일어난 변화상과 각 브랜드마다 겪은 부침(浮沈)을 한 눈에 읽을 수 있었다. 정상에 서 있던 브랜드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브랜드가 대거 진입해 전체 순위는 크게 요동쳤다.
산업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브랜드는 낙오하거나 아예 순위권 밖으로 ‘퇴장’당한 반면, 변화의 흐름을 읽은 브랜드는 빠른 속도로 순위가 상승했다. 브랜드의 오르내림은 곧 브랜드 주인의 자산 변동과 직결된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은 이들은 세계 부호 순위에서도 크게 올랐지만 반대의 경우 정체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 ‘진격의 거인’ 애플ㆍ구글, 삼성전자는 모범생 = 지난 10년간 애플과 구글은 브랜드 가치의 초고속 성장을 경험했다. 2004년 브랜드 가치 43위였던 애플은 이후 순위를 무섭게 끌어올리며 지난해 처음 1위에 올랐다. 올해도 최고 순위를 지켜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자산도 큰 폭으로 늘었다. 10년 전만 해도 그의 자산은 포브스 기준 21억 달러였으나 2011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83억 달러로 집계됐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스티브 잡스보다 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구글이 38위로 100대 브랜드에 처음 진입한 2005년 당시 래리 페이지의 자산은 10억 달러였다. 이후 10년간 구글의 브랜드 가치는 꾸준히 상승해 2013, 2014년 연속 2위에 올랐다. 래리 페이지 역시 10년 전보다 무려 30배 불어난 300억 달러의 자산을 거머쥐게 됐다. 동시에 552위였던 세계 부호순위를 19위까지 끌어올렸다.
두 브랜드의 활약은 7년 간 이어져오던 ‘코카콜라-IBM-마이크로소프트(MS)’ 삼각편대를 무너뜨렸다. 이 세 개의 브랜드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1, 2, 3위를 독식해왔으나 2012년부터 애플과 구글이 새롭게 ‘톱3’에 진입하면서 IBM은 4위, MS는 5위로 밀려났다.
한편 삼성전자도 기복없이 꾸준히 성장해온 ‘모범생’이다. 10년 전 21위였던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 순위는 2012년 처음으로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2012년은 국내외에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던 시기이기도 하다. 덩달아 이건희 회장의 자산도 2004년 34억 달러에서 2014년 현재 112억 달러로 늘어났다.
▶명품 브랜드 추월한 H&Mㆍ자라 = 지난 10년 동안 명품 브랜드가 ‘뚜벅뚜벅’ 걸어왔다면, SPA(제조ㆍ유통 일괄 의류) 브랜드는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며 브랜드 가치에서 명품 브랜드를 앞질렀다. 특히 H&M과 자라(ZARA)는 모두 100대 브랜드에 얼굴을 내민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SPA 열풍을 타고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단숨에 22위에 오르며 100대 브랜드에 처음 이름을 올린 H&M은 올해도 21위를 유지했다. 자라(ZARA) 역시 2005년 77위로 처음 명단에 진입한 후 올해 40계단 상승한 36위에 랭크됐다. 명품 브랜드 구찌(41위), 에르메스(46위), 까르띠에(58위), 프라다(70위)보다 순위가 높은 것은 물론 성장속도도 빠르다. H&M, 자라보다 순위가 높은 명품 브랜드는 루이 비통(19위)이 유일하다.
덕분에 두 브랜드의 주인들도 큰 돈을 벌어들였다. 자라의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는 10년 전 92억 달러에서 6배 늘어난 563억 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다. 그의 세계 부호순위도 33위에서 4위로 치솟았다. 오르테가는 2011년 자라를 소유하고 있는 인디텍스(Inditex)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60% 가량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스테판 페르손(Stefan Persson) H&M 회장의 자산도 2004년 86억 달러에서 현재 302억 달러로 늘었다. 이는 루이비통을 소유한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의 자산(293억 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10년 전 명단에는 없었던 페이스북ㆍ페덱스 = 페이스북은 2012년 69위로 처음 100대 브랜드에 진입했다. 이후 2년 만인 올해 40계단을 훌쩍 뛰어오르며 29위로 올라섰다. 브랜드 파워의 상승과 맞물려 최근 몸집도 불려 나가고 있다. 올 2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190억 달러에 사들이고, 가상현실 기기업체 오큘러스 VR을 2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페이스북은 단순 SNS 기업에서 탈피하는 추세다. 페이스북의 성장세와 함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자산도 빠르게 증가했다. 2008년 15억 달러였던 그의 자산은 현재 322억 달러로 20배 이상 늘었다. 부호 순위도 785위에서 6년 만에 13위로 뛰었다.
저커버그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페이스북의 사업 확장을 위해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100대 브랜드 명단에서 페이스북의 순위와 함께 저커버그의 자산도 또 한 번 크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 배송서비스 기업 페덱스(Fedex)는 올해 처음 100대 브랜드에 데뷔했다. 프레데릭 스미스(Frederick Smith, 70) 회장이 1971년 설립한 페덱스는 현재 전 세계 200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미스는 최근 10년 동안 21억 달러를 벌어들여 현재 35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화웨이, 中 브랜드로 첫 진입 = 중국의 스마트폰 브랜드 화웨이는 올해 처음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0년간 중국 브랜드는 좀처럼 100대 브랜드 명단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화웨이가 그 벽을 깼다.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ㆍ70)는 현재 9억2000만 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화웨이를 시작으로 중국 브랜드가 내년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100대 브랜드를 조사해 발표한 인터브랜드(Interbrand)의 CEO 제즈 프램턴(Jez Frampton)은 “현재 레노버(Lenovo)가 100위권에 근접해 있으며 알리바바가 2015년 100대 브랜드 명단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알리바바는 최근 미국 증시에 역대 최대 규모로 상장하며 더욱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현재 198억 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는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의 부호 순위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