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1단계’ 대학가 대면수업 재개

갑작스런 대면 수업 결정에 학생들 혼란

일부 대학 총학생회는 수업 2주 연기 요청

고려대·연세대·중앙대 등은 일정대로 진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2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이어오던 대학들이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 방침’에 발맞춰 대면 수업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당장 자취방을 어떻게 마련하냐”며 분통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대학 총학생회는 전체 교·강사에게 대면 수업을 2주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충북의 한 국립대에 재학 중인 4학년 신모(22)씨는 오는 26일부터 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는 학교 발표에 “어렵게 구한 아르바이트마저 그만두고 자취방부터 부랴부랴 알아보게 생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2학기까지 이어진 대면 수업에 신씨는 지난 4월 학교 근처 방을 정리하고 서울 본가에 머물러 왓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취업 준비를 위해 영어학원까지 다니던 그는 갑작스러운 대면 수업 결정에 날벼락을 맞았다.

신씨는 “임시로 학교 근처에 사는 친구 자취방에서 머물기로 했지만 다른 친구도 신세를 진다고 했다. 좁디좁은 5평짜리 원룸에 세 명이 몇 달 간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토로했다.

대학들의 갑작스러운 대면 수업 결정에 한국외대 총학생회에서는 지난 9일 비대면 수업을 2주일간 연기해달라며 전체 교·강사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외대는 지난 13일부터 대면 수업인 ‘스위치(Switch) 1 온(On) 방식’으로 전환, 12명 이하의 수업은 매주 등교하고 13명 이상 수업에서는 홀수 학번은 홀수 주(週), 짝수 학번은 짝수 주에 등교하며 대면 강의를 실시간 온라인 송출과 병행하고 있다.

김나현 한국외대 총학생회회장은 1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난 8일 학교 측의 대면 수업 발표 이후 지방에서 머무르는 학생들의 거주지 문제를 고려해 전체 교수에게 양해 메일을 보냈다. 2주간 시간을 벌었지만 대학 본부 측이 대면 수업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나 카메라 등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동시 송출 수업 중 학생들 불만이 크다. ‘수영장에서 수업을 듣는 것 같다’, ‘화상 회의 서비스 줌(Zoom)에서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지만 동시 송출 수업에서는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배제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고 덧붙였다.

일부 대학은 수도권 감염 위험과 지방 학생들의 거주 문제로 섣불리 대면 수업 전면 전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중앙대는 당초 거리두기 단계 완화에 따라 이론 수업도 소규모 대면 수업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결국 실습·실험 수업을 제외하고 전면 비대면 수업을 고수한다고 이날 밝혔다.

중앙대 측은 “수도권은 여전히 2단계에 준하는 방역 수칙이 적용되고 일일 확진자 수도 50명 이상인 상황”이라며 “13일 교무위원회에서 남은 8주간의 2학기 학사 운영을 전면 비대면 원칙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역시 온라인 평가 등으로 시행된 중간고사 이후에도 비대면 수업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고려대는 거리두기 단계 변동이 잦아지자, 3단계를 제외하고는 실시간 온·오프라인 병행을 원칙으로 삼아 수업 방식에 변동이 없도록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학기 중 (거리두기)1·2단계 변동이 잦을 것으로 예상돼 3단계 미만일 경우 교수 재량에 따라 결정된 수업 방식을 고수한다”며 “거리두기 2단계에서 마찬가지로 일부 수업에서는 교수 재량으로 대면, 대부분의 강의는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한 만큼 변동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