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ㆍ오거돈 이어 미투 사건에 연루

과거 성평등 위해 노력한 모습 재조명

시민들 박 시장 성추행 의혹에 실망감

박원순 비보에 여권 추모 릴레이…“참담하고 마음 무너져”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에 시민들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뒤이어 ‘미투(Me too)’ 사건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한번 충격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 여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성추행 사건은 이번이 세번째다. 박 시장은 현재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지난 4월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박 시장의 전직 여비서가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변호인과 함께 조사를 받았다. 지난 2017년 박 시장의 비서로 일한 그는 여러 차례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시장이 휴대전화 텔레그램 등을 통해 개인적인 사진을 여러 차례 보냈고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됨에 따라 미투 의혹으로 고소당한 박 시장의 사건도 박 시장이 숨진채 발견됨에 따라 경찰 수사도 종결되게 됐다.

박 시장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해왔다. 서울시장에 앞서 인권 변호사였던 그는 1993년 최초로 제기된 성희롱 관련 소송인 ‘서울대 신 교수 사건’ 변호인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당시 피해자인 조교의 변호인이었던 박 시장은 6년의 법정투쟁 끝에 정신적 피해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낸 기록을 갖고 있다. 서울시장으로 선출된 이후에는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여성정책을 조언할 특별보좌관 ‘젠더특보’ 직위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박 시장의 행보와는 다르게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박 시장의 지지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선 박 시장이 미투 스캔들로 인한 파장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근길에 소식을 접한 한 시민은 “서울 시정을 맡아 수년간 일을 해온 사람인데 자신이 억울한 미투를 당했다면 진흙탕 싸움이더라도 버티고 싸웠어야 했다”며 박 시장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시민은 “더 이상 정치인은 믿지를 못하겠다”며 “내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는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과 함께 잠룡으로 분류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 여직원 강제추행을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전격 사퇴한 뒤 수사를 받고 있다.

안희정 전 지사는 2018년 3월5일 그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직접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2018년 8월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났지만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의 형이 확정돼 현재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최근 모친상을 당해 5일간 형집행정지를 받은 뒤 재수감 됐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23일 여성 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사퇴 선언 나흘 만인 4월27일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다. 지난 5월28일 부산지검은 강제추행 혐의로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부산지법이 이를 기각하면서 오 전 시장은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