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비서, 김양건 당비서 등 최고위급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이후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 사흘째인 7일에도 종합순위 7위에 오르며 12년만에 10위권에 복귀한 선수단의 성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유독 황 총정치국장 일행의 남측 대표단과의 회담 등 관련 보도는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선수단을 위해 전날 평양 목란관에서 연회를 열었다며 선수단과 관계자, 선수 가족들이 초대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인천을 방문했던 황 총정치국장과 최 비서, 김 비서가 모두 참석했다. 이들 외에도 김기남, 최태복, 박도춘, 김평해 당 비서와 로두철, 김용진 내각 부총리, 렴철성 군 총정치국 선전부국장,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 당·정·군 고위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황 총정치국장 일행의 방남 활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최 비서가 연회에서 선수단이 이번 대회를 통해 “민족의 화해와 단합, 여러 나라들과의 친선과 평화를 도모하는데 크게 공헌했다”며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이는 황 총정치국장 일행이 인천을 방문한 지난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관련 소식을 즉각적으로 전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고위급 인사 3명의 전격적인 방남으로 대화의지를 천명한 상황에서 남한 당국의 반응을 지켜보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남측 고위인사를 만난 것을 얘기하지 않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상황을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이라며 “2차 고위급회담을 10월 말에서 11월 초로 제안한 것도 그 사이 한미안보협의회(SCM)라든가 북한 인권사무소 설치, 대북전단 살포 등에 대한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황 총정치국장 등이 내려온 목적은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고 우리쪽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나름 용단을 내려 전달할 메시지는 전달한 만큼 우리측 입장을 기다리는 것 외에 내부적으로 딱히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내려왔는데도 2차 고위급접촉 합의 외에는 성과라 할 만한 게 없었다”며 “2차 고위급접촉에서 본게임이 시작될 텐데 내부 정리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일각에선 몸이 불편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보고가 늦어지면서 입장 정리가 덜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