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합리적 해결 위해 일과 협의 계속”
日 스가 관방장관 “전혀 흥미 없어” 일축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한일 양국 변호사, 시민단체가 제안한 ‘한일 공동협의체’ 안에 대해 한국과 일본 정부가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한국은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일본 정부와 계속 협의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지만, 일본은 이례적으로 “전혀 흥미 없다”는 식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8일 외교부는 한일 공동협의체 제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정부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일본 정부와 계속 긴밀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사법부 판단 존중, 피해자 권리실현 및 한일 양국관계 등을 고려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우리 정부의 이번 입장은 그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을 판결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동시에 피해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강제동원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바라는 한일 관계자 일동’은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양국 정부를 대신해 ‘한일 공동협의체’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일본 법원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피해가 강제연행과 강제노동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임을 인정했다. 양국 사법부가 모두 인정한 인권침해의 사실을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이 받아들이고 사죄해야 한다”며 “양국 전문가와 학계, 정치계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강제징용 피해 배상안을 확정하고 양국 정부가 이를 존중하는 식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협의체 제안에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우리 정부와 달리 일본 정부는 즉각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6일 방송에 출연해 ‘한일 공동 협의체’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전혀 흥미 없다”고 답했다.
스가 장관은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고 말하며 “이 조약은 입법과 행정, 법원을 포함한 사법부도 따르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기존 일본 정부 입장을 되풀이했다. 오히려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에 제안할 것이 없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일본 기업의 자산이 우리 대법원의 결정으로 현금화될 경우에 대해 “정부로서 확실히 대응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대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