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스위스와 의약품 분야 첫 상호신뢰협정 해내

대통령이 큰 그림 그리면, 식약처 등 다양한 협약 성사

EU·프랑스와 비밀교류협정은 동맹국 같은 강한 신뢰

신남방 제약 외교도 만개…한국 신뢰도 상급 유지 등

ASEAN에 거버넌스 수출…사우디협력 보건이 30%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엄호 속에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우리의 제약·바이오·헬스 산업 관련 부처들의 글로벌 정부간 협력(G2G)이 만개하면서, 우리 업계의 세계 시장 개척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식약처가 스위스 당국 간 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분야의 상호신뢰협정(AMR)을 체결한 것은 글로벌 제약 7강(A7)에 들고 세계 4강 제약사 중 2곳을 보유한 스위스와 우리가 의약품 제조 품질 면에서 동등한 대접을 받게됐음을 의미한다.

대통령-식약처-제약산업계, 글로벌 문턱 낮추기 찰떡 공조
이의경(왼쪽) 식약처장과 수잔 케이텔 유럽 의약품품질위원회(EDQM) 위원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한국-EU 간 의약품 분야 비밀유지 협약식을 열어, 협정서 서명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또 유럽 의약품품질위원회,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와 연쇄적으로 비밀정보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마치 의약품 분야 동맹국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가치를 지닌다.

이같은 G2G는 청와대-식약처-업계의 공조 속에 그동안 꾸준히 닦아온 유럽과의 신뢰가 꽃피운 결실로 평가된다.

식약처는 2010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유럽의약품품질위원회(EDQM) 간 협력 MOU를 체결한뒤, 2014년 1월엔 식약처-스위스 연방내무부와 치료용제품에 관한 MOU, 식약처-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 간 정보교환 협력 MOU체결을 연속 성사시켰다.

2015년~2016년엔 의약품 분야 유럽 거버넌스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유럽약전(의약규정) 편찬에 우리 연구 인력이 파견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6월부터는 한국-스위스 간 GMP 실사면제 시범사업이 시작되고, 제6차 한-EFTA 공동위원회때 상호신뢰협정에 가서명하는 등 한국-유럽 바이오헬스 분야 협력이 본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프랑스에 국빈방문,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신산업, 4차산업혁명 분야 협력을 약속한 것은 큰 후광으로 작용했다. 그해 발사르탄 사태가 빚어지면서 유럽과 원료의약품 비밀정보 교류협정도 검토되기 시작했다. 비밀정보를 교환한다는 것은 의약품의 숱한 위험성을 미리 대비하고, 개발,제조상 노하우를 키우는 일이다. 한국 의약품에 대한 신뢰감이 키우는 계기이자, 유럽과의 끈끈한 제약 우정을 공고히 하는 행보인 것이다.

한국 제약의 발전 소식을 들은 벨기에 국왕은 올 3월 유럽 최고 수준의 벨기에 제약 클러스터에 밀집된 자국 제약사 대표 등 50명을 이끌고 방한해 한국과의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달 뒤인 5월, EU집행위는 제약-바이오분야에서 한국을 세계7번째로 화이트리스트에 등재했다. 실사 면제 등 유럽국과 동등한 대접을 하는 것이었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은 핀란드, 스웨덴 방문해 제약협력을 천명한 뒤,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7500억원 대한 R&D 투자발표를 이끌어냈다. 자신감을 얻은 문 대통령은 같은 달 오송클러스터에서 제약·바이오·헬스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 등과 3대 신성장동력으로 선포했다.

청와대와 식약처가 터를 닦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핵심 간부들은 지난 11월 유럽 등 글로벌 친선도모를 위한 3만㎞ 상생협력 여정을 벌였다.

결국 식약처는 지난 18일 한국-스위스 간 제조의약품품질(GMP) 상호신뢰 협정, 지난 19일 한국-EU간, 한국-프랑스 간 의약품 관련 비밀정보 교류협정을 체결했다.

내년 1월에는 한-스위스 GMP 조사관 간 협력 강화, 한국-EDQM 간 심사자 교류가 이뤄진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동남아시아~태평양~서남아시아에 이르는 아시아지역 신남방외교가 식품-의약품 분야 정부간 협력으로 연쇄적으로 현실화 했다.

박항서 매직의 베트남에서 한국 제약의 신뢰등급을 상위권으로 유지하는데 성공했고, 호주와는 ‘전자위생증 도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 우리 기업의 진입절차를 간소화했다.

대통령-식약처-제약산업계, 글로벌 문턱 낮추기 찰떡 공조
한국-호주간 전자위생증 도입 협약

비슷한 시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부총리 일행이 방한해 건설, 에너지, ICT, 친환경 자동차, 보건, 의약 등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내놓았다. 제2 중동붐의 밀알이 될 15개 분야 한-사우디 협력MOU 중 제약-바이오-헬스 분야가 3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우리의 선진 제약 기술과 거버넌스를 동남아 국가연합 ASEAN 가입국과 나누는 일도 벌였다. 잠재 고객 확보 차원이다. 아세안 9개국 의약품 분야 규제당국자 18명을 초청, 우리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협력도 당부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비슷한 때, 충북 오송 식약처 본청에서는 한국,일본,중국,베트남,호주,싱가포르,홍콩을 회원사로 둔 ‘생약규격국제조화포럼(FHH) 회의’가 열려, 우리 식약처가 생약 부문의 원활한 교류까지 주도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술표준원은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위원회에 참가해 12개국 규제당국자와 품질-안전 인증, 에너지 효율 등 해외 기술규제 28건에 대해 양자 협의를 실시, 중국, EU, 페루, 코스타리카, 걸프지역국, 쿠웨이트, 베트남 등 7개국 12건의 규제 개선 또는 시행유예 등 합의를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