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주주친화경영 속

사내이사 재선임안 상정 예정

조현아 前부사장의 행보 촉각

조회장 경영능력 입증에 올인

3월 한진칼 주총 ‘남매 갈등’ 분수령
3월 한진칼 주총 ‘남매 갈등’ 분수령
조현아(왼쪽)와 조원태.

내년 3월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가 한진가(家) 남매간 경영권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되는 가운데 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다른 주주와 손잡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까지다. 내년 3월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그간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나 분할상속 등으로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한진칼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11월 이사회에서 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이사회 내에 보상위원회를 설치했다. 주주 가치와 직결되는 사안을 사전에 검토하는 거버넌스위원회도 설치됐다.

업계는 이를 주주친화경영의 강화 목적의 행보로 풀이했다. 기존보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동시에 우호적인 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논리다. 이후 이어진 조직 개편 역시 조 회장의 경영 방향성에 따른 결과로 해석됐다.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다. 우선 연임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으로 분류된 지분이 39%에 달한다.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 지분(28.95%)과 델타항공(10%) 지분 등을 합산한 것으로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에 가깝다.

관건은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던 조 전 부사장의 행보다. 어머니 이명희 정석재단 고문(5.31%)이나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와 손을 잡거나 4대 주주 반도(6.28%) 등을 포섭하면 조 회장을 위협할 수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 3월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경영권 상실을 경험했다. 내년 표 대결에서 조 회장의 지지가 낮을 경우 경영권 타격이 불가피한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이 고문과 조 전무가 남매의 난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라며 “현재까진 조 회장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예측 불가”라고 말했다.

조 회장 입장에선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능력 입증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지난 조직 개편에서 고위급 임원의 20%를 줄인 데다 비수익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예고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조 회장이 지난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일각에선 여행업과 호텔업 등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정리 대상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와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도 조 회장의 고민거리다. KCGI 지분(17.29%) 자체는 미미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공개 경고 이후 안갯속 행보에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칼이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인 만큼 내년 예정된 재선임 안건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총수에 대한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