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내년도 국방비 예산안 속속 편성 중

칠레·페루·필리핀 등 각국 대폭 확대 기조

수주 주춤한 K-방산…신흥 시장 열리나

러시아가 2022년 전쟁을 시작하면서 병합한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소속 군인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타스 통신]
러시아가 2022년 전쟁을 시작하면서 병합한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소속 군인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타스 통신]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에 미국 정부의 압박이 더해지며, 국방비 증액 기조가 유럽에 이어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내년도 국방비 대폭 확대 소식이 연이어 나오면서 올해 들어 주춤해진 국내 방산 기업들의 수주도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칠레·페루·필리핀 등 줄줄이 국방비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7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칠레 정부는 지난 10월 2조4807억페소(약 25억5500만달러) 규모의 2027년도 국방부 예산을 제출했다. 이는 전년도 예산인 2조2511억페소(약 23억1900만달러) 대비 10.2% 늘어난 규모다. 특히 2026년도 국방예산 증가율이 전년 대비 0.3%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증액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미국-이란 전쟁까지 올해 발발하면서 중남미까지 군사적 긴장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칠레 현지 싱크탱크인 LyD(Libertad y Desarrollo‧자유와 발전)은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예산 의제를 장악했다”며 “국방부 예산 증가율은 전체 예산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고 평가했다.

칠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페루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편성된 2027년도 페루 국방부 예산은 116억6069만솔(약 34억7000만달러)로, 전년(101억6700만솔·약 31억700만달러) 대비 15% 늘었다. 노후 군사 장비 교체 및 군 시설 현대화 예산이 반영된 영향이다.

동남아시아에선 남중국해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필리핀이 국방비를 대폭 늘렸다. 필리핀의 2027년도 국방부 예산안은 3246억3200만페소(약 51억5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1% 늘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국방비 확대는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되며 전 세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유럽 국가들로 구성된 북대서양조양기구(NATO)는 트럼프 행정부 압박에 국방비 증액을 일찍이 선언했다. NATO는 지난해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올해는 중남미에 지원하던 군사 원조도 대폭 삭감하면서 국방비 확대를 요구했다.

수주 상승세 조정 K-방산, 신흥 시장 공략 박차

지난 9월 폴란드에서 열린 ‘제34회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 현대로템 전시관 전경. [현대로템 제공]
지난 9월 폴란드에서 열린 ‘제34회 폴란드 국제방산전시회’ 현대로템 전시관 전경. [현대로템 제공]

전 세계적인 국방비 증액 기조에 국내 방산 기업들이 수출 반등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우리 방산 기업들은 올해 들어 굵직한 수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방산 4사 가운데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항공우주산업(KAI)‧현대로템 방산 부문의 수주잔고는 70조8083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3조원가량 줄었다.

국내 방산 업계는 최근 중남미와 동남아시아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최근 페루 육군이 발주한 장갑차 사업을 수주하면서, 국산 전투장갑차량의 첫 중남미 시장 진출 성과를 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페루에 K2 전차 수출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칠레 장갑차 현대화 사업 참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초 칠레 방산 박람회에 참여, 스페인 방산 기업 인드라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칠레 장갑차 현대화 사업 턴키 설루션을 공동 제안했다.

필리핀은 방산·조선 업계가 모두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필리핀 정부의 2조 규모 잠수함 2척 도입 사업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2015년부터 필리핀에 초음속 경공격기 FA-50을 납품해 온 KAI는 지난 2월 후속 군수지원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최대 40대 도입 계약을 조율 중이다.


klee@heraldcorp.com